'장마의 역설'…건설현장 한숨 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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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의 역설'…건설현장 한숨 돌리다
  • 서윤배 기자
  • 승인 2017.07.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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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간 지연돼도 자재난 해갈에 숨통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건설업계가 한숨을 돌리고 있다.

공사를 쉬어야 하는 장마철은 건설현장에 악재다. 하지만, 올해는 아파트 등 건설현장이 워낙 많아 자재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어 이를 완충할 건설현장 '휴지기'가 필요한 실정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로 착공량이 적었던 2014년 이전만 해도 장마가 빨리 끝나기만 고대했던 건설사 분위기가 올해는 확 달라졌다.

중견건설사의 한 자재부장은 "과거만 해도 공기를 앞당기는 게 최선이었지만 자재가격이 너무 오르고 구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장마가 길어져 현장을 잠시 쉬게 하는 게 유리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상반기 비가 워낙 적어서 쉬지 않고 돌아간 건설현장에 피로도 많이 쌓여 안전 우려도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지난 3개월(4∼6월) 강수량은 119.6㎜로, 평년(259.3㎜)의 46%였다. 건설 최성수기인 5월과 6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30%와 32%에 그쳤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별 공기는 날씨가 아니라 자재 확보 여부에 따라 갈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강우 영향을 많이 받는 골조공사용 레미콘과 철근 제조사들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재고를 쌓을 틈이 없을 정도로 판매량이 불어난 탓이다.

철근 가공업체의 한 임원은 "현장의 철근 수요는 작년과 비슷하지만 수입산이 끊기면서 일요일까지 공장을 돌려도 물량을 맞추기 어렵다"며 "장마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변수다.

적어도 비가 평일에 나흘 이상 꾸준히 와야 잠시나마 수급이 완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가 오면 출하량이 많게는 절반, 적어도 30%가량 줄어드는 레미콘업계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극심한 품귀현상을 빚는 골재 확보 어려움에도 레미콘 가격 인상이 여의치 않은 탓에 장마가 좀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는다.

이날 t당 2만원 내린 철근가격에도 스크랩가격 인하에 더해 장마를 시작으로 한 비수기 진입이 한몫했다는 게 건설업계 시각이다. 장마가 레미콘 가격 인상 압박을 완충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기상청의 전망치를 보면 7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고, 8월은 평년 수준이다.

건설 최성수기인 9월에 오히려 비가 많다는 분석이다.건설업체 관계자는 "자재 수급이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는 비가 많이 내려 공기를 좀 늦추더라도 자재비를 낮춰서 가는 게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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