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유임 예상되던 崔 지경부 장관 교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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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유임 예상되던 崔 지경부 장관 교체, 왜?
  • 투데이안
  • 승인 2010.08.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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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중반을 넘어선 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조각(組閣) 수준이나 다름없는 큰 폭의 개각(改閣)을 단행한 가운데,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교체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경환 장관은 여당내 대표적인 친박(親朴)계 출신의 장관이라는 점에서 'MB코드'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재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데다 다양한 정책을 생산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일찍이 최 장관 이름은 개각 리스트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와대의 개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과천 관가(官街) 전체가 술렁이는 것과는 달리 지경부는 예외적으로 '장관의 움직임'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미 지경부는 일찍이 유임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었다.

이는 최 장관의 행보를 보면 쉽사리 수긍이 갈만하다. 지난해 9월말 전임 이윤호 장관에 이어 현 정부에서 두 번째로 지경부 장관에 오른 그는 취임일성으로 약속한 지경부 위상 제고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관가에서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

최 장관은 취임 초 실물경제의 총괄부처, 산업정책의 주무부처로서 확실한 위상과 역할을 통해 경제회복을 이끌어가는 경제부처로서 지경부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는 곧 적극적인 정책 생산으로 이어졌다. R&D 지원체제 개편, 히든챔피언(중견기업) 300개 육성, 부품소재 산업 육성, 제조업의 기반인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기업규제완화 등 끊임없이 황소 같은 추진력으로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산업부처 수장으로서 경기침체 늪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데 적극 나섰다.

무엇보다도 사상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400억 달러 규모)하면서 원전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키우는 동시에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원전 수주는 프랑스, 일본 등 쟁쟁한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뤄낸 결과물이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각국의 교역량이 감소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4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역대 처음으로 세계 수출국가 9위에 진입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에서는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 대한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처럼 최 장관은 취임 후 잇따라 괄목할만한 성과를 쏟아냈다. 본인 스스로도 "나는 운 좋은 장관"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이와 함께 장관 유임이 점쳐진 또 다른 배경은 취임 후 줄곧 친(親)기업 행보로 MB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실천한 점이 꼽혔다. 이는 집권내내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현 정부의 색깔과도 일치해 장관직을 유지하는데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최 장관은 취임 이후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장, 경제연구소장, 철강협회·디스플레이업계, 신성장동력 업계 등의 기업인들과 잦은 스킨십을 통해 애로사항을 수렴하면서 단기간내에 기업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한 몸'이 됐다.

특히 취임 후 기업의 경쟁력에 불리한 각종 규제완화 조치를 약속하며 산업계의 목소리를 듣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예컨대 최 장관이 당초 올해부터 폐지될 예정이던 기획재정부의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유예로 돌려놓은 것이나,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절대량이 아닌 배출전망치(BAU) 방식 도입을 관철시켜 산업계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어 준 것은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기업들 역시 경기회복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으로 화답하며 최 장관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스마트그리드 등의 녹색산업, IT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산업, 원전 수출 등 미래의 신성장동력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한창 심혈을 기울여할 중요한 시점에 장관 교체라는 변수는 자칫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이 속도를 잃고 방향타를 상실할 수 있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따라 지경부 내부에서는 최 장관의 유임을 내심 바라는 눈치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급변하는 정세에서 일관된 방향타 설정이 필요한 시점에 좀 더 원활한 정책 공조와 추진력을 펼치길 바라는 청와대의 기대심리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관가에서는 최 장관의 임기가 아직 1년을 채우지 못해 상대적으로 다른 교체장관에 비해 짧은 재임기간도 유임에 가닥을 잡는 이유로 꼽혔다.

개각이 한창 오르내릴 당시만 해도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지경부) 부처는 개각과는 상관없다"면서 "직원들 역시 현 장관에 만족하고 유임을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 장관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단명(短命)한 장관으로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이 농식품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친박계로 분류된 최 장관이 물러선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 장관은 친박계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되기 때문에 청와대가 친박계 인물을 내세우기 위해 색깔이 좀 더 뚜렷한 유정복 의원을 선택한 것이라는 평가도 흘러나온다.

또 최 장관이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정부 인턴제도 무용론(10월)', '총리의 박근혜 길들이기(11월)', 히포크라테스 폄하 논란(12월) 등의 잦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정부내에서 부처간 잡음을 일으킨 전력을 꼽기도 한다.

실제로 최 장관은 온실가스 감축이나 영리형 의료법인, 임투세 폐지, IT콘트롤타워 문제를 등과 관련해 환경부, 재정부, 복지부, 방통위 등 관계부처간 정책협의 과정에서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관가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향해 '박근혜 총리를 길들이려는 것이냐'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과천 관가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지경부 관계자는 "최 장관이 잘 했기 때문에 크게 바뀔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지경부 관계자는 "의외의 개각이고 최 장관이 정책적이나 모든 면에서 열심히 잘하셨는데 바꼈다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허탈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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