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국민의당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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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국민의당을 보며
  • 장세진
  • 승인 2017.11.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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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국민의당이 연일 시끄럽다.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두고 안철수 대표와 호남중진 의원들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호남중진 의원들은 “정체성이 다른 바른정당과는 통합할 수 없다”며 안대표와 맞서고 있다. 어떻게 그들이 국민의당이란 한솥밥 식구가 되었는지 버럭 의구심이 생겨날 정도이다.
일단 안대표의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시도는 우클릭 행보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보다 다음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장기 포석으로 읽히기도 한다. 정치가 생물인 만큼 언제든 변할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 죽을 쑤고 있는 한국당 지지층과 부동층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일지도 모른다.

그 점은 안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을 강도높게 비판한데서도 확인된다. 안대표는 독일 방문중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 정신이 없다. 국가의 미래가 없다. 나라를 잘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 정권을 잡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날을 세웠다.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란 궤변을 늘어놓으며 반발하는 한국당 행태와 같은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유성엽 의원은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 한 안대표에게 중대한 결단(사퇴)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안대표는 “끝까지 같이 못하는 분이 있더라도 갈 길을 가겠다”는 말로 응수했다. 유의원은 “국민의당이 안철수 사당이냐. 어떻게 당대표가 현역의원에게 불편하면 당을 나가라고 하는 말을 하느냐, 경악했다”고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적폐청산=정치보복이란 인식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국민 10명중 7명이 적폐청산을 잘하는 일이라며 지지하는 것은 나라의 잘못된 과거를 털어내야 진정한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친일파 청산에 실패해 대한민국이 겪은 온갖 불협화음과 폐해를 들 수 있다. 그것은 연인원 1700만 명의 촛불시위가 정치권에 안긴 숙제이기도 하다.
하긴 애시당초 잘못된 만남인지도 모른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안대표와 호남의 반문(反文)계가 주축이 돼 2016년 1월 창당했다. 그해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28석중 23석 당선의 돌풍을 일으키며 제3당으로 우뚝 섰다.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는, 그러나 조기 대선을 거치며 언제 그런게 있었냐 할 정도로 확 돌아서버렸다.
사실 총선때 국민의당을 밀어준 호남 민심이 민주당 지지와 함께 문재인 후보 대통령 당선으로 나타난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런저런 분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중도를 표방하면서도 우클릭에 방점을 찍는 안대표의 정체성이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돌아선 민심대로라면 호남중진들은 오히려 민주당과 함께 해야 맞지 않나.
아예 쪼개진 바른정당은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을 만큼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했다.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일군의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한 것은 지난 1월 24일이다. 그런데 4개월이 채 되지 못한 대선 직전 13명이 바른정당을 탈당, 한국당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1월 9일 다시 9명이 바른정당을 탈당, 한국당으로 돌아갔다.
바른정당은 애들 장난도 아닌 그런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내가 이러려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나’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다소 짠하게 된 모양새다. 아마 그런 것이 국민의당 안대표의 구미를 당겼을 법하다. 안대표와 바른정당의 합당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라 할까.
분명히 말하지만, 당의 정체성 문제로 티격태격하라고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표를 준 것이 아니다. 칼로 두부 자르듯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의 탈.복당 의원들을 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쌈질로 서로 내분을 일으키지 말고 국민의당은 이참에 깨끗이 갈라서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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