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은 경찰권을 강화시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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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은 경찰권을 강화시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 김현
  • 승인 2018.02.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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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감 김 현

2017년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제인 정부는 김대중 정부 이래 20여 년 동안 답보상태에 있는 검찰개혁을 적폐청산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형식으로 수사의 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일부 학자들은 이에 대하여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과연 수사구조가 개선되어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아지고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것일까.

형사소송법 제196조제1항은 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생각 없이 보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그렇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모든 수사에 대하여 법무부 소속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면 경찰을 행자부에 둔 이유는 무엇일까. 차라리 경찰도 법무부에 두거나 검찰청 소속으로 두고 지휘를 하면 수사권을 조정한다고 이렇듯 부산을 떨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 어떤 나라도 검찰이 경찰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수사·기소·재판을 하나의 기관에서 담당하는 규문주의는 그 폐해로 오늘날 더 이상 용인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신속한 재판보다는 권력분산을 통한 권한남용의 방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역사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형사법학자 Herbert L.Packer는 “인권보호를 위한 형사사법제도는 효율적이고 신속한 컨베이어밸트가 아니라, 장애물 코스가 되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수사상 불법은 기소의 장애물을 넘지 못하게 하고, 기소의 불법은 재판의 장애물을 넘지 못하게 하여 선량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이와 달리, 수사의 주체가 기소까지 판단할 경우 수사의 객관성과 기소의 공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인지심리학에서 연구한 결과라고 한다. 수사검사는 터널비젼(tunnel vision)으로 인해 유죄입증에 집착하게 되고, 수사과정에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진 검사는 객관적인 기소결정이 어렵다고 한다.
결국 수사권 조정은 경찰에게 특별한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 상호간에 견제를 하게 하여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결코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는 60년 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우리가 인정한 원칙대로 형사사법제도를 바로 잡아 제자리에 놓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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