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한국인의 어벤져스 사랑 ‘어벤져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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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한국인의 어벤져스 사랑 ‘어벤져스3’
  • 장세진
  • 승인 2018.05.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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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4월 12일 베네딕트 컴버배치(닥터 스트레인지 역).톰 히들스턴(로키 역).톰 홀랜드(스파이더맨 역).폼 클레멘티예프(맨티스 역) 등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 출연 배우들이 한국에 왔다. 4월 25일 개봉한 ‘어벤져스3’(감독 안소니 루소.조 루소) 홍보차 온 것이다. 배우들이 내한하여 홍보한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닌데, 그들은 천만영화를 예감했을까?
미국의 마블 스튜디오 19번째 영화 ‘어벤져스3’가 5월 13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상 최초로 사전 예매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기고, 97만 6835명으로 오프닝 스코어를 새롭게 쓰는 등 당천(당연히 천만)영화라는 소문이 났는데, 팩트가 된 것이다. 참고로 이전 개봉일 역대 최다 관객 영화는 97만 2161명의 ‘군함도’였다.
‘어벤져스3’의 천만 돌파는 19일 만의 일이다. 이는 역대 외화 최단 기간 천만 돌파 기록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보유한 기록을 6일이나 앞당긴 천만 돌파다. 최고 빠른 천만 돌파 영화는 12일 만의 ‘명량’이다. 이제 관심은 얼마나 뒷심을 발휘하느냐이다. 5월 21일 현재 관객 수는 1078만 1285명이다.
‘어벤져스3’은 21번째 천만영화다. 외화로는 ‘아바타’.‘인터스텔라’.‘겨울왕국’.‘어벤져스2’에 이어 다섯 번째 천만영화다. 특히 ‘어벤져스2’ 왕대박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속편 ‘어벤져스3’가 천만영화가 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못말리는 한국인의 어벤져스 사랑이라 할까. ‘어벤져스’ 1편은 707만 넘는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사실은 ‘어벤져스’ 개봉(2012년 4월 26일)때만 해도 소 닭 보듯했던 기억이 난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일이기도 했던 ‘어벤져스’ 개봉날 영화를 보러 갔지만, 정작 본 것은 ‘은교’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개봉이었을망정 내게 ‘어벤져스’는 강 건너 불구경일 뿐인 영화였다. 흥행 기세로 보아선 진즉 만나야 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였지만, 나는 문화적 국수주의자였다.
누가 뭐라해도 한국에서 꾸준히 잘 나가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트랜스 포머’ 시리즈다. 2007년부터 2년 단위로 개봉한 ‘트랜스 포머’ 시리즈 세 편은 각각 7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700만 영화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지만, 2014년 3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 4편 ‘트랜스 포머: 사라진 시대’는 529만여 명에 그쳤다.
그러나 2017년 6월 22일 개봉한 시리즈 5편 ‘트랜스 포머: 최후의 기사’는 261만 4601명에 불과했다. 1~3편의 700만은커녕 4편의 500만 명도 반토막난, 사실상 몰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달아 두 편이 천만영화에 오른 ‘어벤져스’ 시리즈이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땅 짚고 헤엄치기 하는 한국 시장이 아님을 상기해본 셈이라 할까.
솔직히 영화는 그저 그렇다. 자세히 단적으로 말하면 천만영화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많은 천만영화처럼 뭔가 뭉클 찌릿하게 만들거나 ‘그래, 바로 그거야’ 하는 대리만족 내지 어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장점이자 미덕이라 할만한 것은 다른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에 비해 많은 액션장면이다.
거기서 빛나는 건 오히려 타노스(조슈 브롤린)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본 관객이라면 막강 아포칼립스로 인해 기시감이 생길 법하지만, 타노스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을 비롯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새로 가세한 닥터 스트레인지.스파이더맨 등 많은 슈퍼히어로가 떼로 달려들어도 지고마는, 초강력의 고수다.
마블 캐릭터의 총출동이라 해도 무방할 23명 슈퍼히어로는 새로운 볼거리임에 틀림없지만, 너무 산만하고 정신 사납게 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많은 수의 우리 편과 달리 악당은 타노스뿐이라 그런가. 그만큼 타노스에 대한 화면 비중이 큰 점도 발견된다. 타노스는 “어려운 선택은 강한 의지가 필요한 법이지” 같은 멋진 말도 남기며 슈퍼히어로로 한껏 부각된다.
타노스에게 체포되고 나가떨어지기도 하는 등 한주먹감밖에 안 되는 슈퍼히어로들이라는 설정이 일종의 반전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그것이 오히려 영화를 재미있게 하는 힘이라면 좀 아이러니칼하다. 의아스러운 건 타노스 수하들도 일당백이라는 점이다. 얼마나 강한지 손으로 잡기만 했는데도 아이언맨 수트 뚜껑이 열려 민낯의 얼굴이 드러날 정도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나 ‘블랙팬서’ 등 전작 마블영화를 안본 관객들에겐 다소 낯설 수 있는 건 약점이다. 시.공간 인물이동이 너무 자유로워 지구인지 우주인지 구분 안 되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도 이미 함께 촬영한 ‘어벤져스4’가 2019년 5월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못말리는 한국인의 어벤져스 사랑이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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