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산업 위기 D램값 10% 하락에 미, 중 무역분쟁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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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 산업 위기 D램값 10% 하락에 미, 중 무역분쟁 겹쳐
  • 허성배
  • 승인 2018.11.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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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커지는 반도체 위기론 한 달 새 D램값 10% 떨어지고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상대 중, 반독점 조사 압박까지 미 기술주 폭락, 올해 누적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반도체산업에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이 시작된 상황에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 미·중 무역분쟁, 반독점 조사를 비롯한 중국의 견제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양상이다. 일단 반도체업계와 전문가들은 내년 1~2분기까지 반도체 경기가 둔화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 실적에 영향을 주고 국내 경제성장률에도 파문을 줄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자칫 반도체 경기 부진이 내년 2분기 이후까지 넘어가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경기 둔화해 이미 올 4분기에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시설투자에 나서면서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하고 있고 이게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D램 가격(PC용 DDR4 8Gb 고정거래가 기준)은 7.31달러를 기록해 전월(8.19달러)보다 무려 10.74%나 하락했다. 이 제품 가격이 발표되기 시작한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격이 하락하며 `장기호황’이 꺾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 128Gb 제품은 8월 5.27달러, 9월 5.07달러, 10월 4.47달러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이다. 지난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45.5%로 1위, 하이닉스는 29.1%로 2위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 SK하이닉스가 4위를 달리고 있다. 악재는 더 있다. 미국 IT업체들 부진과 투자 감소가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붐에 힘입어 서버 교체 수요가 증가했지만 당분간 주춤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특히 큰손인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서버 투자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도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법원은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마이크론의 일부 제품에 대해 중국 내 판매 금지 판결을 내렸고, 이에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중국 업체인 푸젠진화에 대해 사실상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중요한(증거의) 진전이 있었다”며 압박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불똥이 한국으로 튀고 있는 셈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산업 수익성을 결정하는 전방산업 수요 둔화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다”며 “내년 1분기까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 영업이익은 지난 3분기 13조6500억 원에서 4분기에는 12조7800억 원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전망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영업이익도 6조4700억 원에서 6조200억 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증권가는 예상한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염려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5% 하락한 4만2650 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3.30% 하락한 6만7300 원을 기록해 삼성전자보다 낙폭이 컸다. 반도체 경기 둔화는 4분기부터 국내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수출액 505억 달러에서 반도체는 123억 달러로 24%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라는 버팀목에 의지하고 있는데 그 버팀목에 금이 가고 있는 형국이다.
LG경제연구원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반도체 효과가 사라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2.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2017년 우리나라가 3%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반도체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설비투자가 급증했고 올해 수출 증가로 이어졌는데 중국, 미국 등 세계적으로 늘어난 반도체 투자로 공급능력이 확대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해 올해와 같은 호황이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우리 경제를 반등시켰던 반도체 경기의 성장 추진력이 약화하면서 투자와 수출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수요 확대는 지속하겠지만 공급 부족이 해소되면서 빠른 단가 상승과 설비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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