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유일의 단막극 ‘KBS드라마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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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유일의 단막극 ‘KBS드라마스페셜’
  • 장세진
  • 승인 2018.12.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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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11월 16일 ‘닿을 듯 말 듯’을 끝으로 2018년 ‘KBS드라마스페셜’ 방송이 끝났다. 지난 추석 ‘옥란면옥’처럼 명절 특집드라마가 방송되긴 하지만, ‘KBS드라마스페셜’은 지상파 3사를 통틀어 유일한 단막극 프로다. 단막극 하면 떠오르는 KBS ‘TV문학관’ㆍ‘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MBC ‘베스트셀러극장’ㆍ‘전원일기’ 등은 그야말로 아련한 추억의 프로가 되고말았다.
그런 단막극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무엇을 봐야할지 시청자들로선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되는 TV드라마 홍수시대다. 말할 나위 없이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ㆍ종편 채널 등 방송환경의 변화에 따른 결과다. 자취를 감추다시피한 단막극의 명맥을 잇고 있는 ‘KBS드라마스페셜’이 소중한 이유다.
돌이켜보면 거기엔 아픈 사연이 있다. KBS는 2008년 4월 봄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30년간 이어진 단막극 ‘드라마시티’를 폐지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피디들이 ‘단막극 부활팀’을 꾸려 경영진 설득 끝에 가까스로 소생했다. 2010년 5월 ‘KBS드라마스페셜’이 지상파 방송의 유일한 단막극으로 살아난 것이다.
그 점에 대해 이미 <장하다 ‘KBS드라마스페셜’>(한교닷컴, 2016.12.4.)이란 글에서 공영방송 KBS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KBS드라마스페셜’ 방송의 의미에 대해 말한 바 있다. <행복했던 6주 주말 밤, ‘드라마스페셜’>(한교닷컴, 2015.12.1.)이란 글을 통해서도 시청률과 광고에 목매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정도가 아님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살아나긴 했지만, 그러나 ‘KBS드라마스페셜’은 속된 말로 찬 밥 신세였다. 가령 2015년의 경우 고정 편성 시간대마저 없는 서럽고 불쌍한 처지였다. 15편을 제작해 3~4월 4편, 7~8월 5편, 10~11월에 6편을 내보냈다. 3~4, 7~8월엔 금요일 밤 방송했던 것을 10~11월엔 토요일 밤 시간대로 옮겼다. 그나마 2016년부터는 10편으로 제작편수가 줄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고 보면 2018 ‘KBS드라마스페셜’은 나아진 모습이다. 일단 여느 해보다도 안정된 편성ㆍ방송이 눈에 띈다. 10편의 단막극은 9월 14일부터 11월 16일까지 매주 금요일 가히 황금시간대라 할 밤 10시부터 70분간 방송됐다. 정확히 셈해 보진 않았지만, 1~10편 모두 여느 해에 비해 많은 스폰서가 따르기도 했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전체적 시청률은 지난 해보다 좀 낮아져 아쉬움으로 남는다. 10편의 단막극은 ‘2017KBS극본공모’ 수상작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작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ㆍ‘잊혀진 계절’ㆍ‘참치와 돌고래’ㆍ‘너무 한낮의 연애’ㆍ‘미스김의 미스터리’ㆍ‘이토록 오랜 이별’ㆍ‘도피자들’ㆍ‘엄마의 세 번째 결혼’ㆍ‘너와 나의 유효기간’ㆍ‘닿을 듯 말 듯’ 등이다.
그것들을 모두 보았음은 물론이다. 10편의 단막극은 일단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관심을 끈다. 먼저 2017KBS극본공모 당선작이기도 한 제1화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는 수학교사 도도혜(전소민)의 수능출제위원 차출이란 참신한 소재와 그들의 합숙소 생활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컬링선수 주영주(박유나)와 강성찬(김민석)을 내세운 제10화 ‘닿을 듯 말 듯’도 그렇다.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는 수능출제위원들의 사생활이 까발려져 주제가 무엇인지 좀 씁쓰름한 여운을 주지만, 나름 재미있다. 반면 ‘닿을 듯 말 듯’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스타가 된 컬링선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시의성과 엇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져 좀 당황스럽다. 영주가 4대강 사업 반대 시위하는 아버지를 마구 구타한 의경 성찬을 좋아하는데, 그런 사연의 주인공이 왜 하필 컬링선수들이어야 하는지 실제 경기 지켜보는 것보다 재미없다.
제3화 ‘참치와 돌고래’의 어린이집 교사인 강현호(박규영)도 아주 독특한 캐릭터이지만, 가장 극적이고 재미있는 드라마는 제8화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이다. 엄마 오은영(이일화)이 간암 시한부 환자라는 설정은 상투적이지만, 18살에 낳은 딸 은수(이열음)를 위해 세 번 결혼한 모정은 진하다. 그걸 알아가게 되는 과정의 은수는 짠하다. 10편중 가장 높은 3.8%라는 시청률이 괜한 것이 아니라 할까.
반면 다소 난삽한 느낌을 주는 드라마도 있다. 가령 제7화 ‘도피자들’은 특이한 소재이지만, 몇 번이나 채널을 돌리고 싶은 드라마다. 격무에 시달리는 형사의 고단한 일상이나 사망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비판하려면 리얼한 정공법으로 가야지 너무 낯설게 다가와서다. 제4화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양희(최강희)의 아역도 아닌 대학 2학년 모습을 다른 배우로 한 건 혼란을 주기까지 한다.
더 이상 비일상적이고 덜 보편적 이야기로 이해가 안되거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단막극은 안보았으면 한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단막극의 존립과 미래를 위해서다. “나시(낯이→나치) 익은 것 같은데”(‘나의 흑역사 오답노트’)라든가 출판사에서 오ㆍ탈자 잡아내는게 일인 정대리(장희진)가 정작 대사에선 ‘깨끄시’를 ‘깨끄치’로 발음(‘이토록 오랜 이별’)하는데, 그건 또 어떻게 봐야할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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