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번쩍 나게 해주는 19금 드라마 ‘나쁜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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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번쩍 나게 해주는 19금 드라마 ‘나쁜 형사’
  • 장세진
  • 승인 2019.01.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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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상파 방송에서 19금(청소년시청불가) 드라마는 가뭄에 콩나는 격으로 드문 일이다. 얼른 생각나는 19금 드라마는 지난 해 봄 SBS가 방송한 ‘키스 먼저 할까요?’다. 두 자릿 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나름 재미를 봤는지 연말 S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키스 먼저 할까요?’ 두 주연배우 감우성ㆍ김선아에게 공동 대상이 주어졌다.
그 점을 의식했는지 딱히 알 수 없지만, MBC도 지난 연말(12월 3일) 19금 드라마 ‘나쁜 형사’ 방송을 시작했다. SBS ‘사의 찬미’를 보느라 3회부터 본방 사수에 들어간 ‘나쁜 형사’가 12월 29일 종영했다. 1, 2회 재방송을 애써 챙겨 32부작(옛 16부작) 전부를 다 보았음은 물론이다. 이유는 딱 하나다. ‘나쁜 형사’가 19금 드라마여서다.
아니나다를까 ‘나쁜 형사’는 4회 방송 시청률이 10.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는 등 본방사수가 잘한 선택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월화드라마 강자로 부상하는 듯 싶었지만,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10.6%는 최고 시청률로 남게 되었다. 오히려 ‘나쁜 형사’는 최저 시청률 3.9%를 찍는 등 기복이 심한 드라마로 남았다. 최종회 시청률은 7.2%다.
거기서 유념해 볼 것이 결방이다. ‘나쁜 형사’는 구랍 31일, 1월 1일 결방했다. 연말 특집 ‘가요대제전’과 신년특선영화 ‘박열’이 ‘나쁜 형사’ 대신 방송되었다. 그렇게 결방한 이후 이전엔 단 한 번도 없었던 시청률 5% 대로 추락했다. 구체적으로 결방 직전 16회 8.7%에서 17회 5.4%로 무려 3.3%나 빠져 나갔다.
 ‘가요대제전’의 경우 방송사로서 포기할 수 없는 연말 특집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더라도 결방이 잘 나가던 드라마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신년특선영화 ‘박열’ 방송은 또 다른 문제다. 그게 꼭 필요했는지, 결방 둘째 날만이라도 드라마 정규 방송을 했더라면 그렇듯 ‘나쁜 형사’의 시청률이 곤두박질쳤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쁜 형사’는 영국 BBC의 인기드라마 ‘루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우태석(신하균) 형사와 은선재(이설) 기자의 과거 악연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연신 새로 발생하는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그 점에서 시즌 2 제작 소식이 전해진 MBC 드라마 ‘검법남녀’식 전개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사건도 해결하는 등 집중도가 좀 떨어지는게 흠이다.
그럴망정 우태석이라는 강직한 형사 캐릭터를 통해 건질 것도 제법 있다. 주취감경, 심신미약 따위를 들어 내려지는 경미한 판결, “힘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진실을 밝히긴 어려운 일”이라는 지랄 같은 현실, 그들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 행기는 진짜로 나쁜 경찰들, 학교폭력에 얽힌 부모들의 음습한 커넥션 등이 너무 생생하게 펼쳐진다. 정신을 번쩍 나게 해주는 내용들이다.     진짜로 나쁜 형사의 대표는 전춘만(박호산)이다. 현직 검사로 연쇄살인마인 장형민(김건우)부터 학폭 가해자 부모까지 오랫동안 이루어진 전춘만 금품수수는 나쁜 형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태석은 원죄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쁜 형사다. 장형민 살인사건 목격자인 동생이 위험에 빠질까봐 배여울로 바꿔치기해 은선재로 살게한 죄다.
그로 인해 양부모 살인 피의자(은재)로 검거하지 못한 채 강물에 빠지는지 모르지만, “세상에 용서받을 수 있는 죄 같은 건 없어요”라는 선재 일갈이 태석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송곳처럼 와닿는 건 그래서다. “불난 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어”라든가 “물귀신 물 말아먹는 소리” 등 참신한 언어들도 기억에 남는다.
의아한 대목도 있다. 가령 ‘원서1동 장현대로’는 올바른 도로명 주소 표기가 아니다. 과거 간호원을 간호사로 부르듯 학교에서 양호 선생이란 호칭이 사라진지 꽤 되었다. 그런데도 양호 선생이라 나온다. 또한 이미 죽은 장형민이 아무런 묘사 없이 갑자기 살아 돌아와 계속 범행을 저지르는 건 황당하기까지 하다. 강물에 빠진 태석과 선재가 살아돌아온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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