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도 주는 지자체 상이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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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도 주는 지자체 상이라야
  • 장세진
  • 승인 2019.04.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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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상금이 없어 아쉽네요. 조례 제(개)정 등 전주시와 의회가 적극 나서 상금 주는 전주시 예술상이 되어야 합니다.”
구랍 21일 오후 5시 열린 ‘제29회 전주시 예술상 시상식(전주 르윈호텔)에서 축사에 나선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이 한 말이다. 전북 예술계 수장이 공개 석상에서 한 이 말은 그 무게감 때문인지 식장을 가득 메운 예술인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시상식에 참가한 교원문학회 회원들 역시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하긴 회원 수 30명 미만인 교원문학회가 수여하는 교원문학상도 상금이 200만 원이다. 그렇게 거의 모든 문학상은 소정의 상금 수여와 함께 시상을 하고 있다. 유독 ‘전주시 예술상’과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같은 지자체 상들만 상금이 없다. 달랑 상패나 메달만 주는 무늬뿐인 상인 전주시 예술상,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인 것이다.  
전주시 예술상이 상금없는 상이 된 것은 2008년부터다. 1999년부터 이전의 풍남문학상이 전주시 예술상으로 확대 개편되었고, 2007년까지 1인당 300만 원의 상금이 상패와 함께 주어졌다.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역시 분야별 수상자에게 각 500만 원씩 주어졌으나 2006년부터 상금이 없는 무늬뿐인 상으로 전락했다.
각 시?군이 수여하는 ‘시민의 장’이나 ‘군민의 장’ 역시 상금 없는 무늬뿐인 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무늬뿐인 상에 대해 공직선거법 타령을 하는 모양인데, 변명에 불과하다. 조례 제정을 통해 얼마든지 상금도 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다. 실제로 군산시 예산을 지원받는 ‘채만식문학상’은 매년 소설가 1명에게 1천만 원의 상금 수여와 함께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전국의 많은 문학상과 백일장, 각종 공모전이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모르거나 게을러 그리된 일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방의회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례 제정이야말로 지방의회의 소임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나 지방의회의 무지 내지 게으름으로 인해 무늬뿐인 상이 더 이상 계속되어선 안될 것이다.
말할 나위 없이 각종 상은 소정의 상금이 있어 수상자들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너무 돈을 밝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상금이 있어야 제대로 된 상이다. 상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독 지자체만 수상의 기쁨을 반감시켜서야 되겠는가? 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좋은 정치가 아니다.
지자체나 지방의회들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조례를 제정하여 상다운 상이 되게 해야 한다. 상패나 메달만 달랑 주는 일이 없게 해야 맞다. 더 이상 상을 받고도 썩 기쁘지 않은 수상자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 전주시 예술상,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각 시?군의 ‘시민의 장’이나 ‘군민의 장’ 등이 모두 그렇다.
한편 상금도 없는 ‘시시한’ 상으로 전락해서 그럴까. 특히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의 경우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3년 동안 문화예술 분야에서 문인 수상자는 2007년과 2016년 딱 두 번뿐이다. ‘전북문화상’이 ‘자랑스런 전북인대상’(2007년 어문 규정에 맞는 조례 개정으로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이 되었다.)으로 변경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1년 동안을 살펴봐도 문인 수상자는 단 2명에 불과하다.
과연 전라북도에는 24년에 걸쳐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을 받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친 문인이 그렇게 없었는지 의아한 대목이다. 참고로 지금 전북문인협회 회원 수는 901명(4월 1일 카페가입 기준)이다. 거기에 전북작가회의 소속 문인들까지 더하면 1천 명이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상금없는 시시한 상이라 문인들이 지원서를 내지 않아 그런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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