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이상한 드라마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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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이상한 드라마 ‘아이템’
  • 장세진
  • 승인 2019.04.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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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재미가 없어 그만 보려 해도 그러지 못하고 억지로 보게 되는 드라마가 있다. 얼마쯤 보다가 영 아니다 싶은 경우 다른 채널로 갈아타버리면 그만인데, 막상 그러지 못하는 것은 일견 의아한 일이다. KBS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2018.7.4.~8.29)가 그랬는데, 지난 2일 끝난 MBC 월화드라마 ‘아이템’이 또 그렇다.
공교롭게도 두 편의 드라마는 웹툰 원작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상파로 방송된 웹툰 원작 드라마는 ‘당신의 하우스헬퍼’ㆍ‘아이템’외에도 ‘동네변호사 조들호1,2’ㆍ‘죽어도 좋아’ 등이 있다. 웹툰으론 인기를 끌었는지 모르지만, 드라마로는 거의 꽝 수준이다.
사실 ‘아이템’을 억지로 보게 된 데에는 같은 날(2월 11일) 시작한 SBS ‘해치’도 한몫했다. ‘해치’는 SBS가 오랜만에 선보인 사극이다. 그런데 이미 나는 퓨전사극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자연스럽게 ‘아이템’ 시청으로 이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1월 7일 시작한 동시간대의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2’를 중간부터 볼 어떤 이유를 찾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아이템’은 4.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했지만, 종영까지 한 번도 5%대에 오르지 못했다. 심지어 최저 시청률 2.6%를 찍는 등 2%대에 머문 경우도 다섯 차례나 있다. 쌍천만 배우 주지훈(강곤 역)을 캐스팅해 자체 제작까지 했지만, 그만 죽을 쑨 결과가 되고 말았다. ‘아이템’은, 이를테면 실패한 MBC 드라마로 남게된 셈이다.
‘아이템’은 사이코패스의 경악할 범죄에 대한 시민 복수극이다. 강곤 검사와 프로파일러 신소영(진세연)이 시민을 대표한다면 재벌 조세황(김강우)은사이코패스의 경악할 범죄자다. 그런데 검사로서 사회정의 구현보다 조카의 죽음에 대한 사적(私的) 복수라는 인상을 풍긴다. 제일 중요한 게 가족이겠으나 공감을 얻는데 실패한 이유다.
역주행하는 열차를 강곤이 장풍으로 막아내는 시작 화면이라든가 범인 잡는데 검사와 형사가 따로 있냐며 휘두르는 액션도 뭔가 쫄깃한 볼거리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미래를 보는 플로라이드, 쓰면 사람이 사라져버리는 모자, 영혼을 가두는 사진첩, 찍으면 죽어가다가도 살아나는 도장, 코언저리에 뿌려 사람의 행동을 조정하는 향수 등 기발한 상상력도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글쎄, 개인적으로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황당한 느낌만 들 뿐 도대체 공감되지 않는 세계임이 확인된다. 아리송한 전개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정신 사납게 강다인(신린아)을 쫓으며 해치려 하는 또 다른 세계속 조세황 아버지(김병기) 장면이 그렇다. 오히려 긴박감만 해칠 뿐 뭘 의미하는 장면인지 아리송하다.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막 출소한 조세황 앞에서 설설 기는 부장판사라든가 법무법인 대표 등의 모습은 꽤 거역스럽다. 특히 경찰청장이 무릎 꿇은 채 살려달라 애원하고, 조세황은 그런 그의 머리를 꽃병으로 내려치는 등 판타스틱한 세계와 별도로 공감되지 않는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일개 평검사인 한유나가 특별수사팀의 수사결과 중간보고를 기자들 앞에서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한유나는 조세황 수족 노릇을 한 사건 관련자 아닌가! 아무런 전기(轉機) 묘사 없이 배제되긴커녕 조세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니 좀 얼떨떨하다. 교도관으로 변신한 여자가 조세황을 목매달아 죽게 하는 등 ‘아이템’은 끝끝내 이상한 드라마다.
드림월드 참사에 숨겨진 피해자들의 피폐한 삶이라든가 어린 시절 당한 부모의 학대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재벌의 민낯 등 국민적 공분(公憤)을 일으킬 좋은 소재를 특별한 물건들과 조합한 판타지가 오히려 드라마를 망친 셈이 되었다. 따라서 저조한 시청률은 아직 그런 판타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대중일반의 잠재의식이 반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죽은 다인이를 살려내고, 그런 다인일 신소영이 데리고 사는 것이나 상상이 아니라 죽은 강곤이 살아돌아오는 결말 역시 공감 안 되는 장면이다. 그 외 발음상 오류도 거슬린다. “절 깨끄치(깨끗이→깨끄시) 씻겨주셨잖아요”(2월 11일), “핸드폰 불비슨(불빛은→불비츤) 아닌 것 같은데요”(2월 12일)라든가 ‘창고’를 ‘창꼬’(3월 26일)라 말하기도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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