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드라마이지 못한 사회 고발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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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드라마이지 못한 사회 고발 ‘빅이슈’
  • 장세진
  • 승인 2019.05.0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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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3월 6일 4.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의 시청률로 무난하게 출발한 SBS드라마스페셜(수목드라마) ‘빅이슈’가 5월 2일 우여곡절 끝에 종영했다. ‘우여곡절 끝에’라고 말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CG작업이 완성되지 않은 장면들이 날것 그대로 전파를 타는(3월 21일,11~12회) 역대급 방송사고를 일으킨 드라마여서다.
거기서 먼저 떠오르는 건 주연배우 한예슬(지수현 역)의 8년 전 촬영 거부로 빚어진 거의 사상 초유의 결방(KBS ‘스파이 명월’, 2011년 8월 15일 11회분) 사태다. 한예슬의 돌발 행동이 많은 파장을 일으켰음은 말할 나위 없다. “오죽 열악했으면 그랬겠냐”는 동정론과 “그래도 그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는 질타까지 설왕설래했다.
필자는 그에 대해 “주연배우의 촬영 거부로 인한 결방 등 우여곡절을 겪고도 ‘스파이 명월’이 끝까지 간 것은 어쨌든 장한 일이다. 만약 조기 종영했더라면 ‘개인’ 한예슬보다 거대 방송 KBS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했을 테니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역대급 방송사고의 원인이 8년 전 ‘스파이 명월’과 다르긴 하지만, ‘빅이슈’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4월 3~4일 ‘빅이슈 속성 마스터’를 내보낸 결방이 그것이다. 축구나 야구중계라든가 연말 특집 연기대상 시상식 생방송 같은 ‘정당한’ 이유가 아닌 결방이다. 전작 ‘황후의 품격’과 처음 신설한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대박으로 내심 축제 분위기였을 SBS로선 죽을맛이지 싶을 정도의 방송사고에 따른 결방인 셈이다.
 ‘빅이슈’ 결방은 ‘왜그래 풍상씨’에 이어 15%를 오락가락하는 경쟁사 KBS의 인기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대신 보라고 권장한 악수(惡手)라 할 수 있다. 사실 ‘빅이슈’ 시작 시점이 ‘닥터 프리즈너’ 전작 ‘왜그래 풍상씨’를 재미있게 보던 때이다. 보통의 일반 시청자들이 재방송 등을 얼마나 챙겨 보았을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그래서였을까. 4.1%로 출발한 ‘빅이슈’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갈수록 시청률이 낮아지는 다소 기이한 흐름을 보였다. 종반부로 갈수록 2% 대로 곤두박질치는가 하면 최종회 시청률마저 3.7%를 찍는데 그쳤다. 최고 시청률은 2회의 4.8%다. 원래 36부(옛 18부)작이 32부작으로 줄어든 것도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빅이슈’는 파파라치 한석주(주진모)와 선데이통신 편집장 지수현이 공생하면서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는 사회고발극이다. ‘왜그래 풍상씨’와 ‘닥터 프리즈너’를 보면서도 ‘빅이슈’를 애써 챙겨본 것은 그래서다. 아니나다를까 ‘빅이슈’는 처음부터 달리는 열차 위 지붕으로 올라가 인기스타의 도박장면을 찍는 등 그 치열성이 재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제목 그대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실제 사건들이 펼쳐진다. 연예인의 군대 기피 꼼수,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 장자연 리스트, 안희정 성추행 사건 등을 연상시키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때론 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검찰은 죄지은 사람 데려다가 삥 뜯는 곳” 같은 비판적 메스가 가해져 사회고발극다운 면모를 제법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특종을 잡기 위한 사진이 곧 무기임을 환기시키는 건 ‘빅이슈’가 안겨준 보너스다. 특종을 잡기 위한 사진찍기가 아니라 찍힌 사람의 약점을 빌미삼아 권력을 쥐려는 그런 음모가 있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실제로 지검장이나 경찰국장 등이 그런 사진으로 인해 제대로 된 공권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빅이슈’가 대중의 외면을 받은 건 왜일까. 앞에서 말한 방송사고 그런 이유말고 ‘빅이슈’의 패착은 천착이 아닌 스케치 수준에 있지 싶다. 한석주의 아픈 딸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그런 사회악들이 드러나는 이야기 얼개도 패착에 한몫했지 싶어서다. ‘열혈사제’처럼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드라마와 거리가 먼 사회고발극이라 할까.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먼저인 건 맞지만, 사회고발극의 경우 그 내용과 따로 놀아 파열음을 내기도 한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 그냥 나가떨어진 MBC ‘아이템’도 그런 경우다. 혹 온갖 자연재해나 지구 구하기에도 따박따박 등장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가족 챙기기 흉내를 낸 것이 아닌지…. 배우들의 발음상 오류가 없는 드라마인 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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