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종횡무진 활약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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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종횡무진 활약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 장세진
  • 승인 2019.06.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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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5월 28일 끝났다. 먼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MBC의 밤 10시대 마지막 드라마(미니시리즈)로 남게 되었다. 이미 MBC는 5월 22일 새로 시작한 수목드라마 ‘봄밤’을 이전 작품보다 1시간 앞당긴 밤 9시 방송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후속드라마로 6월 3일 시작한 ‘검법남녀2’ 역시 밤 9시부터 방송하고 있다.
이로써 MBC 평일(월~목요일) 및 주말드라마는 밤 9시대 방송시대를 맞게 되었다. 밤 9시 30분부터 시작하는 tvN의 평일 드라마보다 30분 앞당긴 편성이다. 케이블방송 등과 겹치긴 하지만, 밤 10시대 방송의 KBS와 SBS 평일 드라마를 비켜간 편성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청자 입장에선 드라마 보기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MBC의 이런 편성은, 애써 의미를 부여하면 작은 혁명이라 할만하다. 1980년 3월 최초의 월화드라마 ‘백년손님’부터 40여 년 지속되어온 평일 밤 10시대 미니시리즈 방송 패턴을 깨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MBC 관계자는 “빨라진 시청자의 저녁 여가에 맞춘 변화”(한국일보, 2019.5.10.)라 말하지만, 시청률 부진을 털어보고자 하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미상불 과거 ‘드라마 왕국’이란 말이 회자되었나 의문이 들 정도로 MBC 드라마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최근 종영한 ‘아이템’ㆍ‘더 뱅커’ 등 평일 드라마는 물론 100억 원을 쏟아부어 야심차게 준비한 주말극 ‘이몽’마저 시청률 5%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같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국뿐 아니라 MBC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하다.
주말극 ‘이몽’의 경우 30%를 넘나드는 KBS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물론 7%대의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에 비해서도 한참 뒤진 시청률이다. 이에 대해선 추후 따로 만나보겠지만, ‘우리가 이러려고 100억 원을 쏟아부어 시대극을 했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올 법하다. 이쯤되면 평일 드라마의 밤 9시대 편성이 불가피한 이유로 손색 없어 보인다.
하긴 이미 SBS가 방송시간 변경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바 있다. ‘운명과 분노’를 끝으로 주말드라마를 폐지하고 금토드라마를 신설했는데, 이미 만나본 바 있듯 첫 작품 ‘열혈사제’가 최고 시청률 22.0%를 찍는 대박을 낸 것. SBS 금토드라마 제2탄 ‘녹두꽃’은 그에 비해 훨씬 못미치지만 기본적으로 30%를 웃도는, 그래서 ‘천적’인 KBS 주말극을 피해간 건 잘한 일이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4월 8일 4.3%로 출발했으나 최종회 시청률은 8.3%다. 최고 시청률은 그보다 약간 오른 8.7%다. 시청률 추이를 살펴보면 초반 시큰둥했던 사람들이 점차 흥미를 느끼고 시청해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새롭게 등장한 특별근로감독관이란 공무원 조장풍(김동욱)의 정의 실현을 위한 종횡무진 활약 덕분이 아닌가 한다.
그에 따라 당연히 온갖 사회악이 그려진다. 국민들을 경악케 하거나 분노로 떨게한 실제 사건들이다. 예컨대 노동자 임금체불, 병보석중 술마시고 흡연까지 한 재벌, 운전하는 기사를 주워패는 갑질, 경찰총장의 버닝썬, 드루킹 댓글사건, 안전사고에 노출된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영포빌딩과 “다스는 누구겁니까” 패러디 등이다.
일단 사회악 일소의 한 방이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함께 대리만족을 안기면서 덩달아 철밥통 이미지의 공무원에 대한 선입관을 불식시킨다. 우도하(류덕환)ㆍ천덕구(김경남) 등 제자들을 통해선 저 아래로 추락해버린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은근히 고양하기도 한다. 특히 조장풍이 여러 번 말하는 “나 선생 아니요. 그런 당신을 가르친 적이 없어요”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상한 것은 똑같이 사회악에 대한 응징인 ‘열혈사제’처럼 왜 열렬한 지지를 받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내가 보기엔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국민의 잠재된 어떤 기대치 때문이지 싶다. 요컨대 나라의 공복(公僕)인 공무원의 사회악 일소는 당연한 의무라 사제의 그것처럼 신선하거나 재미있게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막을 통해 허구임을 밝히고 있지만, 의아한 대목도 있다. 가령 “도지사 당선을 무효로 한다”는 판사의 주문이 그것이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그 직을 잃게되고 동시에 당선 무효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오대리(김시은)나 고말숙(설인아)이 패싸움에서 한 액션하는 것도 드라마 질을 떨어뜨린다.
덕구와 말숙 결혼식 장면의 결말이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전반적 불만은 따로 있다. 바로 코믹 모드의 사회악 응징이다. 아주 악질이 법의 심판을 받는데도 장난같이 보여서다. 심지어 공장 폭발의 절박한 상황조차도 박진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렇다. 내내 없더니 막판에 드러난 “깨끄치(깨끗이→깨끄시) 잊어버리고” 따위 발음상 오류는 차라리 애교로 봐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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