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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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 왜 이러나
  • 장세진
  • 승인 2019.07.1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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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평화당 세력 다툼, 분당으로 이어지나’, ‘내분 심화 평화당, 사실상 분당 위기’, ‘평화당 분당 초읽기’, ‘민주평화당, 내홍에 지지율 바닥’, ‘민주평화당, 당 진로 분수령’, ‘분당? 봉합?…평화당, 16일 운명의 날’, ‘평화당 분당 초읽기?, 신당 창당 공식화’.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것들은 최근 보도된 민주평화당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첫번째는 중앙지, 나머지 6개는 지방신문 기사 제목들이다. 마지막 것은 방송 기사 제목이다. 현역의원이라야 고작 16명(바른미래당 비례대표 2명 포함)에 불과한 미니 정당인데도 하나로 똘똘 뭉친 내년 총선 전략은커녕 그런 보도들을 앞다퉈 나오게 하니 너무 한심스럽고 되게 어이가 없다.
기사들을 요약해보면 정의당과 합쳐 노회찬 의원이 작고하기 전처럼 공동교섭단체가 되자는 당권파와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 등과 함께 제3지대 정당으로 거듭나자는 비당권파의 대립이 핵심이다. “당내 힘을 키운 뒤 다른 정당의 이탈세력을 합류시켜야 한다”는 자강론과 “제3지대에서 새롭게 정당을 창당한 뒤 규모를 키우자”는 ‘제3지대 창당론’의 충돌이기도 하다.
더 놀라운 것은 한 팀으로 팀워크를 이루어야 할 정동영 당 대표와 유성엽 원내 대표가 당권파와 비당권파 선두에 있는 점이다. 심지어 유성엽 원내 대표는 국회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오로지 민생과 경제만 생각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태동과 구축에 힘을 보태 주십시오.”라 말해 신당 창당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섰다.
민주평화당의 티격태격하는 그런 모습은 자연스럽게 2년 남짓만에 사라져버린 국민의당을 생각나게 한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대표와 호남의 반문(反文)계가 주축이 돼 2016년 2월 2일 창당했다. 그해 4ㆍ13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28석중 23석 당선의 돌풍을 일으키며 제3당으로 우뚝 섰다. 전북의 경우 10석중 7석을 국민의당이 차지했다.
한편 2017년 1월 24일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일군의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그런데 4개월이 채 되지 못한 5ㆍ10 조기대선 직전 13명이 바른정당을 탈당, 한국당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1월 9일 다시 9명이 바른정당을 탈당, 역시 한국당으로 돌아갔다. 애들 장난도 아닌 그런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바른정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내가 이러려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나’ 후회했을지도 모르지만, 특히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다소 짠하게 된 모양새가 연출됐다. 그런 것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구미를 당겼는지 그들은 의기투합했고, 2018년 2월 13일 마침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이보다 앞선 2월 6일 정체성이 다르다며 바른정당과 합치길 거부한 국민의당 의원 14명도 민주평화당을 창당,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속된 말로 이혼했어도 서로 잘 살면 할 말이 없지만, 그게 아니라 문제다. 개인도 아니고 국민 내지 대중의 뜻을 대변하는 정당의 경우라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렇게 정체성이 다른 당과 합치고, 또 쪼개지라고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표를 준 것이 아니다. 제3당으로서 기존 양당의 기득권 세력을 힘껏 견제해보라는 표심이었다.
그런데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언제 그런게 있었냐 싶을 만큼 확 돌아서버렸다. 사실 총선때 국민의당을 밀어준 호남 민심이 민주당 지지와 함께 문재인 후보 대통령 당선으로 나타난 것은 이상한 일이다. 여러 분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중도를 표방하면서도 우클릭에 방점을 찍은 안대표의 정체성이 가장 큰 이유였지 않나 싶다.
안대표의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우클릭 행보에 다름 아니다. 다음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장기 포석으로 읽히기도 한다. 정치가 생물인 만큼 언제든 변할 가능성은 있지만, 죽을 쑤고 있는 한국당 지지층과 부동층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안대표의 그런 셈법에 휘둘리거나 놀아나기를 거부한 민주평화당인 셈이다.
나는 2년 전 ‘시끄러운 국민의당을 보며’라는 칼럼에서 말한 바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쌈질로 서로 내분을 일으키지 말고 국민의당은 이참에 깨끗이 갈라서는 게 어떤가?”라고. 아니나다를까 그들은 갈라서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되었는데, 두 당 모두 당내 이전투구로 날밤 새는 줄 모르고 있다. 정녕 이 땅에서 제3당은 신기루일 뿐인가?
특히 현역 의원이 단 2명뿐인 우리공화당보다 뒤진 지지율에 이어 또 쪼개지려 하니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속 상하고 부아가 치민다. 16일 열릴 의원총회가 중대 고비가 될 것을 예고한 상태인데, 어떤 결론이 나든 분명한 사실이 있다. 지금도 표가 멀리멀리 달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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