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뙤약볕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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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뙤약볕 피서
  • 허성배
  • 승인 2019.08.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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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칠팔월 더위에는 암소 뿔이 빠진다는 속담이 있지만. 올해 여름 더위는 기후변화 탓인지 유난이 더워 통계와는 달리 온열 질환으로 현재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는 등 가히 살인 더위라 할것 같다.
그렇게 무더웠던 불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을 알리는 처서를 맞았는데도 수은주가 최고 섭씨 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曝炎) 뙤약볕 더위에 불쾌지수까지 겹치니 아무리 폭양이라지만 가위 광란의 더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곧 선우월(蟬羽月)도 지나면 선선하고 오곡이 영그는 풍성한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찾아오겠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1820년 자동기록 식 온도계가 발명된 후 기록된 최고의 더위는 1922년 9월 13일 멕시코 포트 시 “산루이스”라는 곳에서 최고의 수은주가 섭씨 58도라고 기록되고 있는데 이런 기록적인 폭염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우주선을 타는 미국 나사(NASA)의 우주 비행사들은 내서(耐署) 훈련 시에 섭씨 104도가 넘는 실내에서 벌거숭이가 되어 견디는 연습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인간으로서는 고열에 견디는 최고의 기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섭씨 100도면 물이 지글지글 끓고 “비오스탈취”가 타는 온도도 160도라 하니 104도가 넘는 고온에서 견디어 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진다. 어떻든 수은주가 날마다 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생명까지 앗아가는 혹서가 계속되니 만나는 사람마다 안절부절못하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긴 이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는 에어컨을 틀어놓고 더위를 모르고 생활하는 상류층 사람을 제외하고는 일반 서민들이야 겨우 선풍기 하나로 땀 흘리며 정신을 못 차리겠지만 반면에 전기회사나 청량음료업자 그리고 냉장고, 선풍기, 에어컨 등을 만들어 파는 상인들은 톡톡히 재미를 볼 테니 역시 인생은 명암의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근래에 들어서 여름철이면 휴가 붐이 일어나 남이 장 보러 가니 나도 따라간다는 식으로 바다로 산으로 피서객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인산인해 속에서 올해는 특히 외국 관광 피서가 엄청나게 늘어 비행기 표가 매진(일본 제외)되는 등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그처럼 피서 행차에 극성을 피울까? 그것은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 체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생활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요즘처럼 휴가란 것이 없었던 옛날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피서했을까? 우리 조상들은 선가(禪家)에서는 하안거(夏安居)라 해서 여름 한 철은 무더워서 딴 일을 할 수 없으니 아예 주저앉아 수도(修道)에나 전념하라고 해서 안거(安居)하는 간접적인 피서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돈 쓰고 고생하며 산이나 바다를 찾아 나설 일이 아니라 마룻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부채질이나 슬슬 하면서 한가한 마음으로 책이라도 뒤적거리는 그런 원시적(?) 피서를 택해보는 것도 서민층인 우리에게는 제격일 것도 같다. 
섭씨 104도를 이겨내는 초인적 인간인 우주비행사도 있는데 삼십몇 도의 더위쯤 못 이겨 집을 버리고 나선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경망스럽고 우스운 일이다.
원시적 피서의 방법이 하안거가 된다면 더없는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미흡하다면 시원한 우물물을 길어 미역을 감고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겨울 설경(雪景)을 연상하고 있으면 멋있는 마음의 피서는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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