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나 결방한 레이디스 누아르 ‘시크릿 부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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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나 결방한 레이디스 누아르 ‘시크릿 부티크’
  • 장세진
  • 승인 2019.12.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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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SBS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가 11월 28일 종영했다. ‘레이디스 누아르’를 표방하며 9월 18일 시작한 16부작 드라마다. 11월 7일 끝나야 맞지만 그러지 못했다. ‘시크릿 부티크’ 종영이 3주나 늦춰진 것은 각종 중계방송 때문이다. 그렇다. SBS는 ‘2019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프리미어12’ 야구 경기를 단독 생중계했다.
대부분 야간 경기여서 밤 10시대 드라마들이 결방하는 등 파행 방송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특히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는 결방만 무려 6회다. 11월 6일과 7일 ‘2019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프리미어12’, 지난 10월 10일, 17일, 23일 ‘2019KBO프로야구’ 경기와 11월 21일 청룡영화상 중계로 인한 결방을 합쳐서다.
말할 나위 없이 시청자들 불만이 쏟아졌다. 시청자 게시판 등에 “기다리다 지쳐 다른 드라마로 옮긴다”, “이제는 내용도 기억이 안 난다”, “3주째 결방이라니 시청자를 조롱하는 것이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제 보지 않을 것”, “시청률만 중요하고 시청자는 중요하지도 않나”, “결방이면 미리 공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등 비판이 이어진 것.
 더 큰 문제는, 마이데일리(2019.11.11.)에 따르면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안일하게 여기는 SBS 측의 태도다. 야구 생중계로 인해 결방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결방에 대한 사전 공지 및 후속 조치도 없었다. 시청자들은 편성표를 직접 찾아 결방을 확인해야 했고, 스페셜 방송 혹은 연속 방송 등으로 시청자 이탈을 막을 수도 있었으나 별 다른 조치는 없었다.
시청자들의 불만과 비판은 실제 시청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2주 만에 방송한 제12회 1부 시청률은 2.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같음.)로 추락했다. 이는 첫회 3.8%, 최고 시청률 6.0%보다 확 떨어진 수치다. 그러고 보면 ‘시크릿 부티크’ 결방이 11월 21일 최고 시청률 23.8%를 찍으며 종영한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대박을 도운 측면도 있지 싶다.
내가 9월 18일 같이 시작한 ‘동백꽃 필 무렵’ 대신 ‘시크릿 부티크’를 본 것은 ‘레이디스 누아르’를 표방한 드라마여서다. 잦은 결방에다가 ‘동백꽃 필 무렵’의 큰 인기 소식까지 전해져 ‘시크릿 부티크’ 본방 사수를 후회했음은 물론이다. 이 글을 써야 해 갈아타진 못했지만, ‘시크릿 부티크’를 본 시청자들로선 역대급 배신 내지 피해를 당한 셈이라 할 수 있다.
‘시크릿 부티크’는 시크릿 부티크 대표 제니장(김선아)이 데오가 회장 김여옥(장미희)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초반부터 펼쳐지는 내용이 섬뜩하다. 시장이 요트에서 생일파티하는 것도 모자라 성상납까지 받는다. 그 여성이 마약 과다 투여로 죽자 경찰이 시신 담은 자루를 바다에 던지고, 대한민국 장군이 납치ㆍ폭행까지 당하는 등 소위 상류층 비리와 범죄가 낭자하다.
레이디스 누아르를 내세워서 그런지 그 정점에 김여옥이 있다. 실제 재벌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지 왈칵 의문이 생기는 악행의 민낯이다. 예컨대 딸 예남(박희본)의 친부를 죽이고, 아들 정혁(김태훈)의 동성애자도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다. 며느리인 제니장도 두 번이나 죽이려 하지만, 실패한다. 가히 역대급 여성 악인 캐릭터라 할만하다.
그 지점에서 자살로 죗값을 치르게 한 결말은 좀 무책임하거나 안일해 보인다. 무릇 죽음은 모든게 끝일 뿐 아니라 덩달아 죄악에 면죄부까지 주어지는 것이어서다. 또한 젊은 시절 교통사고에서 데오가 며느리(제니장 엄마)의 반지를 절도하여 신분이 바뀐 여옥의 그런 악행에 구체적 당위성이 결여된 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냥 뼛속까지 악인인 것인가?
너무 착한 결말도 좀 아니지 싶다. 오로지 복수 일념으로 여옥의 하녀가 되면서까지 맞서온 제니장이 “행복해지는 법을 알기까지 참 멀리 돌아왔다”며 선우에게 한 고백은 다소 뜬금없어보이기까지 한다. 기세좋게 펼친 레이디스 누아르와 거리가 있어 보여서다. 데오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거나 여옥과 함께 오너 자격이 없다는 제니장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결국 여옥뿐 아니라 그녀에게 복수하는 제니장도 잘못된 욕망에 휘둘린 레이디스란 결말인 셈이다. 그렇다면 복수는 하는게 아니라 그냥 넣어두라는 것인가? “너 혼자 깨끄치(깨끗이→깨끄시) 살겠다고?” 같은 발음상 오류, 장면 전환이 너무 잦고 짧아 몰입도를 해친 전개도 아쉽다. 무슨 판타지도 아니고, 죽은 박주현(장영남)이 두 번이나 살아 돌아오는 것도 그렇다.
무슨 감동이나 카타르시스, 하다못해 어떤 교훈조차 안겨주지 않지만, 제니장의 “집이 되어 주겠다”는 윤선우(김재영)와 “내 죽음이 너 대신 내가 어머니에게 내리는 벌”이라며 죽는 위정혁 두 남자의 깊숙하고 묵직한 순애보가 기억에 남긴 한다. “밥도 먹고 욕도 먹고 형부는 갈수록 깜찍해져요”라든가 “눈으로 욕하고 있네요” 등 신선한 대사들도 마찬가지다.
한편 ‘시크릿 부티크’ 후속 드라마 ‘굿캐스팅’은 2020년 3월 방송될 예정이다. 대신 예능 프로가 신설된다. 수목드라마 폐지라는 용어가 부적절할지 몰라도 예능 프로를 편성한 것은 지난 여름과 같다. ‘SBS는 초면에 사랑합니다’를 끝으로 예능 프로를 방송하고, 최근 월화드라마 ‘VIP’를 재개했다. 비단 SBS만의 일은 아니지만, 드라마 시청자로선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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