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범 교수, 시·공간 넘은 한시 '시화수필'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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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 교수, 시·공간 넘은 한시 '시화수필'로 승화
  • 투데이안
  • 승인 2011.02.0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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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지어 읊는 소리 서로 옥을 굴리는 듯, 여러 악기소리보다 한결 듣기 좋은 것을, 사람들 시의 음악 모르고, 풍월로만 비웃네"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에 수록된 '시악'(詩樂)이라는 한시(漢詩)다.

'시'는 '아름다운 음악이다'는 작가의 감성이 드러난다.

시인이자 문학박사인 최승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시화수필(詩話隨筆)집을 냈다.

이 책은 고려때부터 구한 말까지의 한시들을 소개한다. 모두 99명의 문인들이 지은 113개의 한시가 수록됐다.

특히 1000년이 넘는 시간과 한반도라는 공간의 경계를 허문 99인 작가들의 '시악'이 전라도라는 지역과 연을 맺고 촘촘히 서렸다.

하지만 넘치는 자유시들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이들 한시는 어렵다. 5언절구와 7언절구로 글자수가 정해진 정형시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시 하나하나에는 시에 얽힌 이야기가 덧붙여졌다.

한시를 모르는 현대의 독자들은 최승범 교수 특유의 서정이 가미된 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를 두고 '시화수필'이라 정의했다. 시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수필이라는 말이다. 수필의 하위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화집이라는 것은 본래 있다. 고려시대 문인 이인로의 '파한집'이 바로 설화문학집이다.

하지만 수필이라는 개념을 시화에 덧붙인 것은 최승범 교수가 최초다.

최 교수가 전하는 한시의 매력은 '자제된 심성'이다. 짧은 싯구 안에 '기-승-전-결'이 숨막히게 채워진다.

작가가 품은 마음, 주변을 감싼 환경,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수십, 수백, 수천번 갈고 닦여 응축된다.

한 없이 풀어 놓은 자유시와 다른 절제미가 있다. 은율이 있다. 또 요구된다.

따라서 한시를 읽는 독자도 한번 두번, 세번 읽을 때마다 비로서 작자의 심상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렇기에 경지에 이른 최 교수마저도 이 책에 대해 '공부하는 겸허함'으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최 교수는 "아직 알았다고 하기에 너무도 부족해 배우고 탐구하기 위해 책을 썼다"라고 말한다.

그는 현대인이 한시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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