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나
상태바
“왜” 우리는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나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1.11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10년간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 발생 후, 수차례 아동학대 관련법이 개정되고, 수차례의 아동학대 방지 및 처벌 강화 대책이 나왔지만, 아동학대는 오히려 늘고 있다.

생후 16개월의 짧은 삶을 살다간 정인이의 억울한 죽음에도, 정부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대책을 발표하고, 국회도 단 5시간의 논의로 이제껏 계류돼 있던 아동학대 관련 법안 중 18건의 법안을 의결하며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했다. 정부는 이러한 시스템의 오작동에 큰 책임이 있다. 처절히 반성하고 원인을 분석해 아동학대 대응체계 및 아동보호체계전반의 중장기적 비전과 계획을 밝혀야 한다.
쏟아지는 법안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인이를, 그리고 아동학대로 사망한 연간 수십명에 달하는 그 아이들을, “왜” 구하지 못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입양기관,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등 일선 아동학대 업무 관련 인력의 전문성 부족인지, 여러 기관의 판단이 분절적으로 이뤄지면서 아이들의 위험을 놓쳤던 것은 아닌지, 아동에 대한 위험이 인지된 후 모니터링과 사후관리에 있어서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왜”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책임에 모두가 답변해야 한다.
입양기관, 어린이집, 병원, 구청, 수사기관, 가정법원 등 아이가 생전에 맺었던 수많은 공적 접점에서 어떤 부분이 느슨했고, 어느 시점에 아이의 위험을 놓친 것인지.
16개월이라는 정인이의 짧은 삶 안에서 정부가 놓친 그 지점에 대해 말이다.
정부는 시급히 아동학대 대응 업무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실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스템이 아동 중심 또 현장 중심이어야 하는 것이다.
준비되고 연구되지 않은 졸속 대책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 증원과 아동보호 인프라 확충, 그리고 이를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처럼 쏟아지는 법안과 대책은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배치는 작년 기준 전국에 290명에 그치고 이들은 1주일간의 온라인 교육 후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학대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 75곳에 불과하다.
비현실적인 대책이 아닌 실효적인 시스템이 현장에서 돌아가기 위한 인력·예산·인프라에 대한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시스템에 있어 무엇보다 아동 중심적인 시스템이 실효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국회는 물론 현장실무가, 법률·의료 등 외부 전문가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특히 아동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