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의 양보로 1명의 생명을 9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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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의 양보로 1명의 생명을 9해요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1.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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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소방서 방호구조팀장 조종현

최근 응급환자를 이송 중이던 긴급자동차를 막은 택시기사가 논란이 되었다. 결국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어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73만명을 넘어서며 여론의 숱한 뭇매를 맞았다. ‘환자 없는데 사이렌 울리는 거 아니야?’, ‘뭐 별일 있겠어?’ 하는 긴급자동차를 보는 안일한 인식과 개인의 이기심이 결국 피해를 키우게 된 것이다.
각종 재난사고 발생 시 신속한 출동을 위한 ‘소방출동로 확보’는 우리 국민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5분’이라는 시간은 심정지 환자에게는 뇌손상이 시작되는 시간이며, 화재 현장에서는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반면 화재, 구조, 구급 등 각종 사고 현장 상황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화재 발생 후 5분에서 10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화재가 확산되는 최성기에 이르게 되는데 이 경우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 진입이 곤란해지며, 건물 내부에서도 밖으로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된다.
특히 겨울철은 화재 뿐만 아니라 출동하는 소방차량 운행에도 취약하다. 무려 5톤이 넘는 소방차는 소방용수의 출렁거림으로 겨울철에는 노면의 특성상 자칫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고 인위적인 출동장애와 자연적인 출동 장애 또한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쯤 되면 아무리 긴급출동이라도 도로 위에서는 모든 차량이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화재, 구조, 구급 현장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으며, 사고현장까지 도착하는 시간 또한 다른 계절에 비해 장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흔히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소방차에게 길을 터주는 모습을, 성숙한 시민의식이 모여 만든 ‘모세의 기적’이라 일컫는다. ‘모세의 기적’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애굽을 탈출하던 중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뒤쫓아 오던 애굽의 병사들을 뒤로하고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행함으로써 무사히 바다를 건너갔다는 성경의 내용에서 비롯됐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정체된 도로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구급차가 먼저 갈 수 있도록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모습이 모세의 기적과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긴급자동차 양보요령을 안내하고자 한다.
소방차량 양보 방법으로 가장 기본은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정지하는 것이다. 교차로에서는 교차로를 지나 우측에 일시정지 해야하며, 편도 1, 2차로에서도 소방차량은 1차선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우측(2차선)으로 양보운전하거나 일시정지 해야한다. 편도 3차로 이상의 도로에서는 소방차량은 2차선으로 진행하며, 일반차량은 1차선 및 3차선(좌, 우)으로 주행해야 한다. 차량뿐만 아니라 횡단보도의 경우에도 긴급차량이 보이면 보행자는 횡단보도에 잠시 멈춰 대기해야 한다.
순창소방서에서는 소화전 5m이내에 주차한 불법 주·정차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주택 및 상가밀집지역 등 상습정체구간에 대한 대대적인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과 캠페인을 실시해 군민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시민의식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웃의 안전을 위해 주정차 금지구역에 차량을 주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하며 골목길 등에 부득이 주차할 경우 소방차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당장 바쁘다는 이유로 양보를 하지 않거나 당장의 편의를 찾기 위해 불법 주정차를 서슴지 않는다면, 눈 앞에 화재현장에 소방차의 도착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이 나와 이웃, 우리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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