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신정아를 서울대미술관장 시키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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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신정아를 서울대미술관장 시키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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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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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 에세이집 '4001' 표지.

"'4001'번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과 이제는 헤어지고 또 다른 신정아로 살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냈습니다."

자전 에세이집 '4001'을 출간한 신정아(39)씨는 22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책 제목 '4001'은 수감 시절 신씨의 번호다. 책에는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겼다. 예일대 박사학위의 전말,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62)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과정과 정치권 배후설에 대한 진실, 문화일보 보도의 전말 등이다.

신씨는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2007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해 10월 학력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사문서 위조 및 업무상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된 뒤 1·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2009년 4월 보석됐다.

석방 이후 첫 공식석상에 등장한 신씨의 모습은 초췌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인 듯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신씨는 "지난 약 4년의 시간 동안 누구하고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며 "지금까지도 갇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매일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며 "책에는 모든 내용을 담지 못했지만 충분한 법률적인 검토를 통해서 최선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책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정운찬 전 총리 등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과 이니셜로 처리된 인물들이 있다. "실명이 등장하지 않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이니셜로 처리한 것은 법률적인 부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명을 언급한 것은 4년이 지난 지금 책을 내면서 사실에 대해 감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표현이 거칠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아픔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이 숨겨지게 되면 지난 4년의 세월을 설명할 수 없었다."

정운찬 전 총리가 신씨에게 서울대 미술관 관장을 맡기려 한 일화도 들어있다. 정 전 총리에 대해서는 "책에 있는 내용 외에는 더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표지는 '롱잉 포 러브(기다린 그리움)'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신씨가 종이에 실크 스크린으로 작업했다. "1994년 돌아가신 아버지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며 "지금은 세상에 있지 않지만 가장 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버지"라고 고백했다. "아버지에게 죄송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MBC가 '신정아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드라마 '미스 리플리'를 제작 중이다. 어려서 가족을 잃고 불행한 가정에 입양돼 어쩔 수 없이 학력을 위조, 승승장구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다해(27), 박유천(25), 김승우(42), 강혜정(29) 등이 출연한다.

"드라마가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봐야 알 것 같다"며 "내가 드라마 소재가 된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드라마가 시작되면 보겠다"는 마음이다.

책에는 노 전 대통령 등과 관련된 배후설에 대한 해명도 들어있다. "(노 대통령을) 언급하는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죄송하다"며 "인간적으로 신뢰를 하고 믿고 격려를 해준 분들을 배후로 몰아세우면 사회 생활을 어떻게 할 수 았을까라는 생각에 (그분들의) 인간적인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학력 위조는 브로커의 잘못으로 떠넘기는 듯하다. "속죄를 해야 하는 전적으로 내 잘못인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도적적으로 위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5월말에 예일대와 동국대 소송 결과가 나오는데 구체적인 것은 그 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언론에는 서운한 것도 있고 고마운 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고 언니동생처럼 지냈는데 좋지 않은 기사로 돌아오니 상처도 입었다. 책을 쓰면서 서운한 것은 서운하다 말하고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출감 후 죽을 힘을 다 해 버텼다. "2009년 4월10일 출소해서 2~3개월간은 몸에 열꽃이 피는 등 힘들었다"며 "내가 고생한 시간이 사람들이 보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버텼다"고 강조했다. "그 시간들을 씻어 내느라 힘들었다"며 "누구에 대한 원망이나 섭섭함, 후회 이런 것들을 다 쓸어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비교적 지금은 마음과 몸이 많이 건강해진 것 같다."

책에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남 등이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다. "이 부분을 책에 담을지 정말 심사숙고했다"며 "감추는 것이 구차한 것 같아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잊고 싶다는 것이 꼭 나쁜 기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두 사람을 놓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사실은 이랬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출감 후 변 전 실장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인연이라 그래도 새롭게 시작하는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실을 밝혔다"며 "글 그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문화일보 '누드 사진' 보도 소송은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누드 사진이 보도됐을 당시는 당황하지 않았다"며 "작가의 창작 작품은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성 로비설이 돌면서 "수치심과 피해의식이 생겨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연락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나를 잘 아는 가까운 분들이 연락을 해 창피를 주더라. 그 얼굴도 무슨 성로비냐며 어림도 없다고. 변 전 실장의 관계도 거기에 포함된 소문으로 돌면서 지금도 내게 큰 상처이자 콤플렉스로 남았다. 앞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털어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지금까지 고민하는 부분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다. "내 사건이 미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켜 너무 심려를 끼쳤기 때문에 있었던 곳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불러주는 좋은 자리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일해볼 생각은 있다"고 고백했다.

신씨는 "오늘을 4001번과 헤어지는 축하를 받는 날의 의미로 생각한다"며 "지난 몇 년동안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나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한 분들에게 보답하는 일은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것인 듯하다"며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424쪽, 1만4000원, 사월의책

한편, 신씨는 1997년 무렵부터 금호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2001년 예일대에 입학한 후 2005년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2007년 동국대 교수 재임 당시 학위의 진위에 대한 논란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같은 해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정됐다가 중도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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