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과 정부가 당장 내년에는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국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그대로 둔 채 내년 1년만 보유세를 일시 동결하겠다는 식이다. 대선 표심을 겨냥한 꼼수이자 땜질 처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0일 내년도 부동산세를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징수하는 방안과 1주택자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시가격 재검토와 보유세 동결을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도 공시가격은 예정대로 발표하고, 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올해 공시가격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니 변칙도 이런 변칙이 없다. 내년에는 보유세가 동결된다 치더라도 그 이듬해 2년치 보유세 폭증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언급도 없다. 공시가격을 과속 인상하고 종부세 비명에도 꿈쩍하지 않던 정부가 돌연 내년 3월 보유세 완화안을 발표하겠다고 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긴가민가하면서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보유세 완화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내년 3월 공개될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올해 19%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집값이 폭등한 데다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정부가 밀어붙인 결과다. 올해 종부세 납부자는 지난해보다 42% 증가한 95만명이었고, 부과세액도 3배 늘어 5조7000억원에 달했다. 내년 공시가격 인상으로 더 큰 보유세 폭탄과 반발이 예상되자 민심을 달래려고 임시방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땜질 처방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동산 보유세·양도세 세율을 조정하는 근본적인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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