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서 인생 2막 '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
상태바
완주서 인생 2막 '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
  • 성영열 기자
  • 승인 2023.04.04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직 생활 후 은퇴한 부부
도시 외곽 세컨하우스 장만

텃밭 가꾸며 마음과 시간 나눠
새로운 일 도전하며 행복 실현

은퇴 후 세컨하우스를 장만하고 2도(都) 5촌(村)의 생활을 시작한 교사 부부
꽃과 채소를 키워 자급자족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인생 2막의 삶

‘끝난 사람’이 아닌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다

세컨하우스 열풍이다. 세컨하우스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연예인들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품격 높은 삶을 추구한다. 이는 방송과 연예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은퇴 후 세컨하우스를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컨하우스로 출근합니다’의 저자는 38년 동안 재직하던 교단을 떠났다. 퇴직하고 보니 갑자기 시간도, 요일도 필요 없는 삶이 도래했다. 이대로 ‘끝난 사람’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무엇이든 붙잡고 끊임없이 움직이기로 했다. 도시 외곽에 세컨하우스를 장만하고 2도(都) 5촌(村)의 생활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아내와 함께 그곳으로 매일 출근해 텃밭의 작물들, 화단의 꽃들, 이웃들과 교감하면서 마음과 시간을 나누었다.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하고, 막걸리도 담가 지인들과 나누며, 수영, 양봉, 제빵기능사 등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은퇴 부부에게 세컨하우스는 인생 2막을 여는 공간이 됐다. 때론 카페나 도서관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땐 영화관이 됐다가 여행자 숙소가 되기도 하는 세컨하우스에서의 일상을 SNS에 올려 많은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저자는 퇴직하면서 아내를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사람 같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시부모님을 돌보고, 세 자녀를 키우느라 동동거리며 살아야 했던 아내의 오랜 염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교외에 세컨하우스를 장만하고, 텃밭을 일구고, 텃밭 상자를 만들고, 꽃과 나무를 심는다. 밭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고,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빵을 굽고, 아내의 생일에 생일케이크를 만든다. ‘일생을 도시 아파트에서 보냈던 아빠가 전원에 주택을 마련한 건 아빠 삶에서 완벽히 새로운 종류의 도전임을 알아서였다. 퇴직 이후 삶의 그림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 그리고 수많은 스케치의 끝에 맺어졌을 아빠의 결단. 나는 그 결단이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의사이자 작가인 딸은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아빠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저자의 도전 중에는 평생을 함께한 아내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세컨하우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도 그의 중요한 일과가 됐다. 그것이 소중한 밑천이 돼 때때로 강연자로 교단에서의 경험과 세계 여행 경험을 나누고 있으니, 이만하면 멋진 부캐가 아닌가.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예비 은퇴자, 도시생활과 전원생활 둘 다 누리고자 하는 사람,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자소개

38년 동안 재직하던 교단을 떠났다. 퇴직하고 보니 갑자기 시간도, 요일도 필요 없는 삶이 도래했다. 이대로 ‘끝난 사람’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무엇이든 붙잡고 끊임없이 움직이기로 했다. 움직이면 에너지가 창조되지만, 멈추면 끝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시 외곽에 세컨하우스를 장만하고 2도(都) 5촌(村)의 생활을 시작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아내와 함께 그곳으로 매일 출근해 텃밭의 작물들, 화단의 꽃들과 교감하면서 마음과 시간을 나누었다.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막걸리도 담가 지인들과 나누고, 수영, 양봉, 제빵기능사 등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은퇴 부부에게 세컨하우스는 인생 2막을 여는 공간이 됐다. 때론 카페, 도서관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땐 영화관이 됐다가 여행자 숙소가 되기도 하는 세컨하우스에서의 일상을 SNS에 올려 많은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본문 속으로
일생을 도시 아파트에서 보냈던 아빠가 전원에 주택을 마련한 건 아빠 삶에서 완벽히 새로운 종류의 도전임을 알아서였다. 퇴직 이후 삶의 그림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 그리고 수많은 스케치의 끝에 맺어졌을 아빠의 결단. 나는 그 결단이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어린 딸의 등에 배낭을 지우고 여행길에 나섰던 젊은 시절의 아빠처럼. 학생부의 만류에도 딸에 대한 신뢰를 견지했던 2015년의 아빠처럼. 작은 집터가 한 평 한 평 제 몫의 기능들로 채워져 가는 시행착오의 전말을 지켜보며, 나는 이 집이 여행의 본질, 즉 낯선 영역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 영역에서 완성돼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행기를 타고 낯선 도시로 떠나지 않고도 자기가 머문 자리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여행할 줄 아는, 가장 고차원의 여행자라야 꾸려 나갈 수 있을 공간의 역사가 이 집에서 생동하고 있음을 봤다. -한지은 | 딸 -

우뚝 솟은 모악산을 뒤로 하고 앞쪽으로 호수만 한 넓은 저수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호수 마을.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각양각색의 주택들이 늘어선 마을은 얼핏 건축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그런 화려한 주택 숲 빈터에 앙증맞게 지어진 오두막 한 채가 자리를 잡았다. 나의 세컨라이프가 펼쳐질 세컨하우스가 탄생된 것이다. 작긴 하지만 끼니를 마련할 공간도 갖추었고, 아늑한 침실도 있으며, 나를 가장 포근하게 안아줄 작은 서재도 마련돼 있는 곳이다.
2도(都) 5촌(村)이다. 1주일 중 2일은 아파트에서 지내고, 5일은 이곳 세컨하우스에서 보내기로 했다. 우왕좌왕 직장에서의 소란했던 삶의 여정을 끝내고, 이젠 마음을 내려놓고 조용하고 여유롭게 나만의 행복을 찾아 나설 참이다. 소박하면서 알차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나태하지 않은 건실한 삶으로의 새로운 인생 2막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무성한 붉은 잎을 자랑하는 휴케라는 어디에 심을까’ 
‘가고소앵초는 어느 꽃과 같이 있을 때 어울릴까’ 
‘말발돌이는 화단 맨 앞쪽이 좋겠지’
아내는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움직인다. 아내의 손놀림에 따라 꽃들은 화단의 이곳저곳으로 하나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서 멋진 앙상블이 태동할 준비를 한다. 악기들이 저마다의 음색으로 강한 수련을 거친 후 천상의 화음을 이루어 내듯, 아내에게 선택된 꽃들은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서 꽃을 피워 각자의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게 될 것이다.

나는 ‘끝난 사람’으로 그냥 끝을 맞이할 것인가.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

자유를 즐길 줄 아는 여유, 여유를 통제할 줄 아는 삶.
그런 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자아를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누운 채로 창밖으로 비치는 바깥 풍경을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자유롭게 흐르고, 앞산 꼭대기에서 뛰어내린 형형색색 패러글라이더들이 마치 가을 하늘의 잠자리처럼 하늘을 수놓는다. 창밖은 평화롭다. 그리고 나는 한가롭다. 가장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며 펼쳐 든 책이 싫증 나면 바로 집어 던지고 다른 책을 골라 편다. 그리고 책을 잡은 손이 무겁게 느껴지면 그대로 바닥에 떨구어 버리고 두 눈을 감은 채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에 빠진다.
승용차로 20분 남짓이면 세컨하우스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에서 내리자 화단을 가꾸느라 마당에 나와 계시던 앞집 아저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출근하는 거예요? 하하하”
“아… 네. 출근? 하하, 맞네요. 출근했어요”
“밤새 바람이 세게 불었나 봐요. 나뭇잎이 많이 떨어졌네요”
“그러게요. 태풍이 온대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만하니 다행입니다”

커피를 마시자마자 아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둘러쓰고 호미를 챙겨 들더니 밖으로 나서며 오늘의 일정을 쏟아낸다.
“오늘은 앞쪽 화단에 풀을 뽑아야겠어요. 홍가시나무 아래엔 잔디를 걷어내야 하고, 상추 뜯어낸 텃밭은 거름 주고 밭을 갈아야 할 거예요”
아내의 얼굴에는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일거리들이 피하고 싶은 게 아니고 할 수 있어 즐겁다는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출근하듯’ 매일 찾아오는 이곳이 은퇴 후 공허함을 달래고 마음에 힘을 주는 따뜻한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내는 즐거움에 신바람 나는 손놀림으로 열무를 다듬고 손질해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금세 양념에 버무려서 맛깔나는 열무김치를 만들어 점심상에 내놓았다. 오늘은 무더위로 인해 뜻하지 않게 여름철 제철 김치인 열무김치를 맛보게 됐다. 양념에 버무려 맛깔스럽게 담은 열무김치 한 가지 반찬만으로도 황후의 밥상이다.
이른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 인근 국도를 따라 달려 보았다. 잠에서 깨어나는 시골의 아침 풍경이 새삼 생경하다. 들녘에선 부지런한 농부 부부가 풀을 매느라 바쁘고, 산허리를 감싸고 오르는 조용한 운무의 춤사위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로수에는 이슬 먹은 연초록 나뭇잎들이 매달려 반짝이고 아침을 깨우느라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는 청아하고 싱그럽다. 코끝에 스치는 코로나 걱정 없는 맑은 공기와 살갗에 부딪는 시원한 아침 바람은 그 어느 것에도 견줄 바 없는 귀한 선물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