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한풀이 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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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한풀이 장인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6.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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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57)·조국(58) 전 수석의 내년 총선 출마설로 여의도 정가가 시끄럽다.
올해 초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들의 출마설은 당사자들이 부인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 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 보수·진보 정부에서 상징성을 가진 이들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 지난 정권의 그림자를 소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절대적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상반된 정치적 셈법도 나오고 있다.
우 전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 때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문재인 정권 때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으로 복권된 인물이다. 
반면 조국 전 법무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다 장관 임명 1개월여 만에 자녀 입시비리로 낙마를 하면서 하루아침에 피의자로 신분이 전락되고 최근 서울대로부터 교수직을 파면당했다. 현재 그는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출마 여부의 질문을 받고 “주변에서 출마하라는 전화도 많이 오고 또 지인들을 만나면 총선부터 물어보고 그런다”며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평생을 공직에 있었으니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한다”며 출마 쪽의 마음을 비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포스트 문재인’으로 주목받다 수직낙하 신세가 된 조국 전 수석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평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출마의 속내를 비쳤다.
이들은 벌써 구체적인 출마 지역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복권과 동시에 출마설이 나돌았는데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고향인 경북 영주가 포함된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와 대구 북구(갑·을)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출마는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그의 성격상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출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아마도 윤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복권 시킨 것은 출마를 하라는 뜻이 아닌가”라며 “출마지역으로 거론되는 영주권 선거구는 검찰 후배 박형수 의원(국민의힘)이 있어 검찰 선배가 후배와의 경쟁을 하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 북구 얘기도 나오는데 요즘 영주분들이 우 전 수석을 많이 찾아온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의 고향인 영주는 인구가 10만 명인데 비해 박 의원 출신 지역은 인구가 5만 명의 울진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출마를 하면 우 전 수석이 유리하다는 평도 있다.
조 전 수석은 거주지인 서울 관악구 봉천동이 있는 관악갑 선거구와 아버지 고향인 진해나 출생지 부산이 출마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공천 규칙에서 ‘후보자가 유죄판결을 받고 재판 중인 경우 부적격 처리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조 전 수석에게 출마의 길을 열어 준 것이 아니냐는 반응들이다. 민주당으로선 아직도 ‘조국의 강’을 미처 건너지도 못한 상황인데 공천을 줄 경우 자칫 조국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아직 우 전 수석의 출마설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당내에서는 단 한 번도 우 전 수석에 대해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며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하튼 두 사람의 총선 출마설로 여의도 정치권에선 “국회가 한풀이장인가”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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