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중립성 상실한 선관위 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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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중립성 상실한 선관위 개혁 시급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6.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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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 어느 기관보다도 ‘공정성’이 생명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5월 초 선관위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선관위 전·현직 간부 11명이 자녀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선관위 전·현직 간부 자녀들은 부친이 인사 담당자에게 자녀의 지원 사실을 사전에 알리거나 자기소개서에 부친의 직장을 드러내 놓고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채용 과정에서 ‘아빠찬스’ 특혜를 받아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선거철만 되면 선관위 휴직자 수가 증가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선거가 없는 해에는 휴직을 미루다가 선거를 앞두고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 휴직을 신청하는 일종의 선거 고의 기피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휴직자 업무대행을 위해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 및 한시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선관위 공무원 규칙에도 불구하고 대체 공무원 대부분을 계약직이나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경력채용 방식으로 뽑았다.
종합해보면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 직원들이 정작 선거를 앞두고 대거 휴직하고 일부 간부는 휴직자들의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지방직 공무원인 자기 자식을 정규직으로 경력채용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던 것이다.
고도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이렇게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선관위가 외부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나 홀로 딴 세상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수장인 중앙선관위원장은 법적으로 비상임이며 대법관을 겸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사무총장이다. 그런데 실질적 1인자인 사무총장을 30년 넘게 내부 승진으로 임명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자체 쇄신이나 혁신보다는 내부관행을 답습하기 급급했다.
그리고 그간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내세워 정부 권고나 감사원 감사를 거부해 오면서 점점 치외법권화돼 갔다.
물론 선관위가 국민 여론의 거센 압박에 뒤늦게나마 이번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했지만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하는 등 여전히 반성과 성찰보다는 독선과 아집을 부리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이미 선관위의 공정성 및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졌다.
선관위는 재작년 재·보궐선거에서 ‘내로남불, 위선, 무능’ 등의 표현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를 근거로 사용을 금지했지만 작년 대선에서는 ‘주술, 굿당, 신천지’ 등의 표현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근거로 사용을 허가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
또 작년 대선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용지를 쇼핑백, 비닐봉지에 넣게 해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도 일으켰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선관위가 지금이라도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으로 중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된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감사원 감사 등 외부 감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환부작신(換腐作新·썩은 것을 싱싱한 것으로 바꿈)의 자세로 진정성 있는 혁신과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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