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이상 신호 ‘어지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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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이상 신호 ‘어지럼증’
  • 문공주 기자
  • 승인 2023.07.25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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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병원 명의 '신경과 이학승 교수'에게 듣는다
뇌·귀·불안·우울증 원인… 약물·이석정복술 등으로 치료 가능
대부분 호전되지만 메니에르병처럼 증상 반복되면 수술 고려해야

 

어지럼증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으로 일생 동안 20~30%의 사람이 어지럼증을 경험하게 됩니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어지럼증의 발생빈도는 더욱 증가해 60세 이상에서는 5세 증가할 때 마다 어지럼증이 10% 더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지럼증의 양상은 매우 다양해서 주변이나 자신이 빙빙돌거나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눈앞이 캄캄하면서 아뜩해지고 기절할 것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가 맑지 않고 몸이 붕 떠있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걸어가거나 움직이는 동안에 중심이 안 잡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핑 도는 느낌과 함께 어찔한 느낌이 앉았다 일어나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 특정 동작을 취할 때 발생합니다. 또한 어지럼증은 멀미하는 경우와 같이 속이 미식거리면서 토하는 증상과 함께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증상이 흔하게 동반합니다. 이런 어지럼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만성적으로 지속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발작적인 어지럼증이 반복해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Q. 어지러운 이유는 빈혈 때문인가요?
가장 잘못 알려진 내용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어지러우면 많은 사람들이 빈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몸에 다른 심각한 질환이 있지 않는 한 빈혈 때문에 어지러운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여성이나 노인의 경우에 경미한 빈혈은 흔히 있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어지럼증이 있으면 다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Q. 어지럼증은 왜 생기나요?
우리 몸은 좌우 대칭으로 돼 있고, 항상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잘 잡고 필요한 동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균형유지에 필요한 정보들이 뇌로 잘 전달돼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들로는 시각, 체성감각, 그리고 전정감각이 있습니다. 
시각은 눈을 통해 감지되며 사물의 위치와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하고, 체성감각은 근육, 피부, 관절 등으로부터의 감각을 통해 몸의 자세에 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합니다. 전정감각은 속귀(내이)에 위치한 말초전정기관이 담당하며 머리의 움직임과 중력에 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합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뇌줄기와 소뇌에 위치한 중추전정계(뇌)로 전달되며 중추전정계는 이들 정보를 통합해서 균형유지에 필요한 명령을 근골격계와 눈운동계에 내리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항상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은 평소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감각신경계에 이상이 있거나, 뇌에서의 통합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어지럽고 중심을 잡기 힘든 현상이 발생합니다.

Q. 그럼 귀에서 오는 어지럼증과 뇌에서 오는 어지럼증은 어떻게 다른가요?
어지럼증의 원인은 크게 뇌, 귀, 그리고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에서 생기는 어지럼증을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그만큼 뇌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부위는 뇌의 뒤쪽에 위치한 뇌줄기(숨골)와 소뇌인데, 뇌줄기에서도 숨뇌(연수)에는 숨쉬고 심장이 뛰는 것과 같이 생명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구조물들이 있어 만약 이 부위의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의 경우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지면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머리의 뒤쪽으로 올라가는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뇌졸중이나 뇌줄기 또는 소뇌의 종양 등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귀에서 생기는 어지럼증은 말초성 어지럼증이라고 하고, 이석증으로 알려진 양성체위돌발현훈이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그 밖에도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도 멀초성 어지럼증에 해당됩니다. 귀에서 생기는 어지럼증의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과 질환에서도 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입니다. 귀나 뇌의 문제는 없이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심인성(정신성) 어지럼증이라고 합니다.

 

Q. 어지럼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확인해야 하나요?

어지럽기 시작하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 어떻게 어지러웠는지, 어떤 증상이 동반됐는지를 확인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지럼증의 양상이나 동반증상들이 원인 질환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선 어지럼증의 양상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빙빙 도는 지 아니면 단순히 어지러운 느낌인지, 또는 걸을 때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현상인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어지럼증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고 얼마나 지속되는 지도 진단에 매우 중요합니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은데, 눕거나 일어설 때, 또는 누워서 고개를 돌리거나 돌아누울 때 빙빙도는 어지럼증이 생겨서 1분 이내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자세변화와 상관없이 빙빙도는 어지럼증이 하루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어지럼증과 함께 청력저하, 이명(귀울림), 또는 귀 먹먹함의 동반 여부가 귀에서 생기는 어지럼증 진단에 중요합니다. 뇌에서 생기는 어지럼증의 경우에는 어지럼증과 함께 얼굴이나 팔다리의 마비, 감각저하, 발음곤란, 복시, 시력저하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어지럼증의 지속시간은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1분 이내로 발생하는 발작성 어지럼증의 경우 가장 흔한 원인은 이석증(양성돌발체위현훈)입니다. 어지럼증이 수 분간 지속되면 뇌로 가는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뇌졸중이나 심리적인 원인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수 시간 동안 지속되는 어지럼이 반복하는 경우에는 메니에르병의 가능성을, 그리고 수 시간에서 부터 하루 이상 어지럼증이 지속되다가 점차 회복된다면 전정신경병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속시간의 차이가 항상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반 증상이나 진찰소견이 중요합니다.

Q. 그럼 어지럼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검사들이 필요한가요?
어지럼증 진단을 위해서는 눈운동, 전정안반사, 이석기능, 청각기능 등을 평가하는 검사들이 필요하며, 증상에 따라 MRI와 같은 영상검사로 어지럼증 관련 구조물들의 이상여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검사도구로는 비디오안구운동검사, 온도안진검사, 두부충동검사, 주관적시축검사, 전정유발근전위검사, 청력검사 등이 있습니다. 또한,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어지럼증 정도를 척도화해서 평가하는 설문 응답 형식의 어지럼증장애척도 등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Q. MRI를 찍으면 다 알 수 있나요?
비싼 검사가 좋다고 생각하는 분이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MRI 검사를 한다고 해서 모든 원인을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물론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 뇌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MRI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질환에서 특히 속귀가 원인인 경우에는 MRI에서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며,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비디오안구운동검사를 포함한 전정기능검사와 청력검사가 진단에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MRI와 같은 뇌촬영은 충추전정계, 즉 뇌병변에 의해 어지럼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을 때 시행하며 근력마비, 감각이상, 복시, 발음이상, 시야장애가 있는 경우와 심한 두통이 동반된 경우, 자세불안정이 심해 앉아 있거나 서 있기가 불가능할 때, 이틀이 지나도 어지럼증에 개선이 없는 경우 등에서 주로 시행합니다.

Q. 어지럼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이석증으로 진단이 된 경우에는 이석정복술을 먼저 합니다. 치료의 원리는 머리의 위치를 순차적으로 바꿔 반고리관 내의 이석 부스러기들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이석정복술을 이석 부스러기들이 어느쪽 귀 어느 반고리관에 들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진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전정신경병증과 같은 경우 환자는 빙빙 도는 어지럼증뿐 아니라 어지럼증으로 인한 불안감, 동반하는 미식거림과 구토 등으로 많이 힘들어 합니다. 이 때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약제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흔히 사용되는 약물로는 전정기능억제제와 항구토제 등이 있습니다. 
어지럼증을 치료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약물은 어지럼증 자체는 줄이고, 전정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며, 메스꺼움과 구토 등의 증상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부작용이 적어야 하고, 뇌에서의 자연적인 보상과정을 방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단일 약물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어지럼증이 자꾸 재발하거나 재발로 인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예방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예방치료를 하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뇌졸중,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양성재발어지럼증, 심인성 어지럼증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급성기의 기능 소실에서 회복되거나 중추성 보상이 이루어지면 점차 호전됩니다. 그러나 메니에르병처럼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면서 적절한 보상이 유지되지 못하거나, 구조적 병변에 의해 혈관이나 신경이 눌려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근본적인 원인 치료를 위해 수술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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