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긴 눈부시게 찬란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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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담긴 눈부시게 찬란한 인생
  • 강명화 기자
  • 승인 2023.08.0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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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아주 특별한 순간-그림으로 남기다’ 
오는 10월29일까지 개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기념전
글로벌 축제 만남·경사 축하하며
조선시대 그림 속에서 우리 모습 찾아

자유로운 사적 모임·광활한 자연 
특별한 행사  기록 31건 83점 선봬
영상으로 재현… 생생한 현장감 압도

 

국립전주박물관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2023년 8월1일~12일)가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리게 된 것을 기념, 특별전 ‘아주 특별한 순간-그림으로 남기다’(2023년 8월1일~10월29일)를 개최한다. 전시품은 특별한 만남, 자연, 행사라는 주제로 채용신의 ‘평생도’ 등 31건 83점이 출품된다.    편집자주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를 축하하며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적인 야영 축제 활동으로,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대회가 열린 후 32년 만에 두 번째로 전라북도 부안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생 만나기 어려운 특별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했던 조선시대 그림 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찾아보고자 했다.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풍경과 뜻깊은 행사를 그렸던 조선시대 그림을 한 자리에 모아, 마치 그 만남의 순간,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주 특별한 만남, 자연, 행사
전시는 특별한 만남, 자연, 행사라는 주제로 구성된다. 1부에는 아주 특별한 만남을 주제로, 자유롭고 사적인 모임을 그린 그림들을 선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아집雅集’, ‘아회雅會’라는 이름으로 취미를 공유하거나 소소한 일상을 함께 즐겼던 문화가 있었다. 조선 후기에 중인들이 인왕산 자락의 계곡에서 시사詩社를 연 일이나 관료들이 남산에서 계회契會를 가진 일들은 많은 그림과 기록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서직수徐直修(1735~1811)는 붓이나 책 등 평소에 애호했던 물건 등을 빗대어 벗으로 칭하고 그림 속에서 그들과 만나는 상상의 순간을 그리게 했다. 어느 날 경치 좋은 곳에서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이인문李寅文(1745~1821)은 ‘누각아집도’를 그리고 누가 모였는지 모여서 무엇을 했는지 글과 함께 남겼다.

 

2부에는 나에게 특별한 자연으로 기억되는 곳을 그린 그림들을 선보인다. 경치를 그린 그림 속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연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강세황姜世晃(1713~1791)은 아들이 회양 부사로 부임하자, 아들을 따라 가는 길에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있던 피금정披襟亭을 방문해 그림으로 남겼다. 이 멋진 풍경 속에는 강세황과 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인상은 15년 전 지인과 함께 구경했던 금강산 구룡폭을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어 다시 그렸다. 경치를 기록하는 것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이었다. 함께 했던 순간은 그림을 통해 영원히 남았다.
3부에서는 특별한 행사를 기록한 궁중기록화와 주문해 그려 받은 근대기 초상화들이 전시된다. 지금도 돌잔치, 결혼식, 시상식, 퇴임식 등에서 중요한 순서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기념사진 촬영이다. 사진기가 없던 시절, 그림은 국가적 경사와 집안의 중요한 기념일을 담아 후세에 전하는 역할을 했다.
왕세자가 탄생해 스승과 상견례하고 성균관에 입학하는 등 왕실에서 진행된 왕세자의 성장 과정도 그림으로 남았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평안감사 부임을 축하하며, 평양 대동강에 배를 띄우고 부벽루와 연광정에서 잔치를 열었다. ‘평안감사향연도’는 25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며, 시끌벅적한 광경을 마치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전시의 마무리는 채용신의 ‘평생도’다. 70세가 넘은 채용신의 머릿속에 눈부시게 찬란했던 평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한양으로 올라가 태조 어진 제작에 참여했던 경험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채용신은 자신의 특별한 순간들을 영원히 남기고 자손들에게 보이고자 10폭의 병풍에 담았다고 한다.
지난 2021년 4월28일 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그의 수집품 중 문화유산 2만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는데, 그 가운데 ‘평생도’, ‘문관 초상’, ‘수하한담도’ 등 12건 31점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영상과 체험으로 만나보는 특별한 순간
전시실에는 금강산 구룡폭을 그림과 실제 풍경으로 느껴보는 영상을 상영한다. 또한, 화가 채용신(1850~1941)이 자신의 일생을 10폭의 병풍으로 그린 평생도를 인터액티브 영상으로 제작해, 화가 자신의 소설 같은 인생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전시 기간 중 누구나 현장에서 아크릴 판에 ‘나의 특별한 순간’을 그려 게시할 수 있는 ‘전박스타그램, 나의 특별한 순간’ 체험 행사가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오는 9월7일과 10월5일에는 전시 연계 학술 콜로키움과 대중 강연도 준비돼 있다.  
특별한 순간에 붓을 들었던 화가들의 손길을 따라 시간여행을 해보면서, 지금, 여기, 오늘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기억하고, 오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아주 특별한 전시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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