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나라를 지키는 것이 국방이라면 민족을 이어 가는 것은 글이다. 지구상에 사는 인종 중에 말이 있는 종족은 많지 않다. 글이 없는 종족은 많지만 글이 있는 종족은 역사로 남는다.
지구상에 사는 많은 동물들은 모두 자기들만의 말이 있다. 그리고 생각도 있고 어느 정도의 생존 본능의 지혜도 있다. 그러나 글로 의사를 표시하고 주고 받는 동물은 없다. 민족을 이루고 사회를 형성하고 국가를 세우고 사는 인간들에게 글이 없다면 동물과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민족을 보라. 2000년 동안을 나라 없이 지구상에 흩어져 살았지만 그들에게는 선민의식이 있었고 글이 있었기에 1947년 다시 이스라엘을 건설하고 민족이 모여들어 작지만 강한 국가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몽고는 징기스칸이 중원을 정복하고 지금의 월남 땅까지 세력을 넓혔지만 그 민족이 지금 강대국으로 이어 오지 못하고 전설 속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 민족이 말은 있어도 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글이 없어 한나라의 한문을 빌려 쓰고 있었다.
워싱톤에 한글학교 학생들이 글짓기와 단어쓰기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출생한 고등학생이 300개 단어쓰기에서 한 개도 틀리지 않고 적어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글짓기에서 4세 때 미국에 온 학생이 나의 정체성에 대한 글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우수작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재미 학생들이 한글과 미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며 민족의 뿌리와 얼이 아름답게 계승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잇다. 이민 1세인 우리들이 후손들에게 말과 글과 얼을 이어주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시대적 소명을 망각하고 역사적 사명을 기피하는 부끄러운 조상이 될 것이다.
750만 해외동포와 그 후손들을 가슴 저리게 생각하고 지켜 주고 후원해 주는 조국의 해외동포 자녀 모국교육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과 같이 우리 스스로가 가정에서 교포재단에서 교회에서 한글학교에서 말과 글을 배우고 가르치는 슬기로운 민족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올해로 제577주년 한글날을 맞이함에 있어 우리나라 역사에 가장 훌륭한 세종대왕을 생각해야 한다. 또 한글을 만들기 위해 젊은 학자 성삼문이 중국학자 황찬을 찾아 명나라를 13번이나 다녀온 노고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24자 한글로 26자 영어보다도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과학적으로 아름다운 글을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이렇듯 세게적으로 제일 우수한 한글 국경일이다,
만일 고구려 시대에 세종대왕 같은 왕이 있어 광개토대왕비가 한글로 쓰여졌다면 아니 한문과 섞여 쓰여졌더라도 지금 중국이 동국공정(東北工程)이라는 역사 왜곡의 욕심은 부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한민족이 역사에 남는 민족이 되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하나의 뿌리, 하나의 줄기로 뻗어 가는 영원무궁한 민족이 되기 위해서 우리말 우리 글을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 한다.
저작권자 © 전북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