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고 올해 경제 성장률은 1%를 조금 넘어서며 힘에 부치고 있다.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섰고 저성장 터널로 접어들면서 국세 감소 등으로 올해 세수가 20조 원 넘게 모자랄 판이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 국가에다 반도체 강국에 K컬처로 세계 최고 선진국으로 어깨를 치켜세운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쪼그라든 신세가 되었는가. 원인은 어디에 있나. 허구한 날 철천지 원수지간처럼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 때문일까.
당시 폭염 속 사흘 만에 온열환자가 1000명에 달했다. 이마저도 초기엔 의료진 부족으로 온열환자들이 방치되다시피 했다는 것 아닌가. 총사업비 1171억 원 중 의약품 예산이 고작 3600만 원에다 의사 확보수도 초기에 6명이었다니 기가 막힌다. 참가 인원 4만3000여 명을 생각하면 폭염 속에 어떻게 대처하려고 했을까. 이래놓고 예산의 74%에 달하는 869억 원은 조직위원회 운영비에 들어갔다. 이 돈에서 전북도 공무원 55회, 부안군 공무원 22회 등 공무원들이 잼버리 견학을 위해 해외에 출장을 간 횟수가 99회나 된다. 준비기간 6년 동안 무엇을 보고 왔기에 대회가 이 모양이 되었나.
이것이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해도 과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오죽했으면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에서 영업을 하는 한 식당 이름 간판을 ‘부정부페’로 해 놓았을까. 이 식당 건물에는 은행과 회계사. 세무사 사무실 등이 있다고 한다.
며칠 전 지방은행에서 한 은행원이 562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한 해 동안 5대 시중은행에서 은행원들의 횡령. 배임액이 11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식당 이름 ‘부페’는 뷔페(buffet)의 잘못된 발음이지만 식당 주인은 나라 전체에 넘쳐나는 부패(腐敗)를 고발하듯 의미심장하게 표현을 했다. 식당들의 현실 고발은 이뿐이 아니다. 막창구이집 간판이 ‘막창 드라마’. 오리고깃집을 ‘탐관오리’로 간판을 달아 놓기도 했다. LH사태를 보면 웃어넘길 수만 없다.
최근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도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신도시 신축아파트의 주차장 상판 붕괴 사고 이후 LH가 발주한 무량판 아파트 102곳에 대한 전수 조사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철근이 빠진 지하주차장 아파트 단지는 당초 발표 15곳에서 20곳으로 늘어났다. LH는 숫자까지 축소했다가 뒤늦게 바로 잡는 추태까지 보였다. 철근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돼 5곳을 발표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이뿐이 아니다. LH측이 직접 감리를 맡은 공사장의 82%에서 법이 정한 감리 인원 정원도 채우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LH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환골탈태를 하겠다고 했다. 2년 전에도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땅 투기에 연루된 사건이 밝혀져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그때도 ‘환골탈태’하겠다며 혁신방안을 발표했으나 2년도 되지 않아 이 지경이 됐다.
전국에 퍼져있는 대한민국의 이런 고질병을 어떻게 손을 봐야 나라가 올바르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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