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에 바란다  
상태바
무주군에 바란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11.22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연전에 김환태문학관을 탐방했다. 우리 고장에도 한국문학 초창기 이런 활동을 해온 문학평론가가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우쭐해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내가 태어나 7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전북은 시·소설·수필 등 여러 문학 장르중에서도 유독 평론가가 적게 활동했거나 하고 있는 지역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눌인 김환태(1909~1944)는 무주가 낳은 자랑스러운 문학평론가다. 김환태문학관에서 구한 팸플릿을 보면 “김환태 선생님은 일제 암흑기에 순수문학의 이론체계를 정립하고 1930~1940년에 크게 활약한 문학평론가로서, 경향문학과 계급주의의 비평에 의해 정치성과 사상성으로 경직된 문단에서 순수문학의 옹호자로서 순수문학의 씨앗을 띄운 기수로 한국문학비평사에 우뚝 섰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런 문인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응당 우리 후손의 몫이다. 다행스럽게도 무주가 낳은 자랑스러운 문학평론가 김환태에 대한 무주군의 추모사업은 내가 알고 있기론 어느 지자체 못지않게 활발한 편이다. 이에 앞서 37년 전인 1986년에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김동리·박두진·최승범·이어령 등 52명의 문인들이 뜻을 모아 설천 나제통문 앞에 ‘김환태문학비’를 세웠다.
1988년에는 문학사상사가 김환태평론문학상을 제정했다. 이후 김환태탄생 100주년인 2009년 기념문학제를 시작으로 추모행사는 활성화된다. ‘눌인김환태문학제전위원회’(이후 ‘김환태문학기념사업회’로 바뀜)가 설립되었고, 첫 사업으로 ‘눌인문학전집’을 출간한 바 있다. 2012년 6월 8일엔 김환태문학관이 건립되었다.
그리고 매년 김환태문학제와 함께 김환태평론문학상·김환태청소년문학상 시상식을 실시하고 있다. 또 동인지 성격의 ‘눌인문학’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이 모든 추모사업은 무주군의 예산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군수나 군의회의장 교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무주군의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어 안심되고 든든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움을 주는 게 있다. 일련의 김환태추모사업이 그냥 1회성 행사에 그치고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작고(作故) 작가에 대해 추모하고, 그 활동과 업적을 후대 사람들에게 각인(刻印)시키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고인(故人)이 남긴 작품, 즉 저서다. 김환태의 경우 35세로 요절한 평론가여서 비평이라든가 수필 등 남긴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전집이라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럴망정 1972년 유고집으로 처음 발간된 ‘김환태전집’ 이후 2009년 탄생 100주년기념 ‘김환태전집’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 책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거나 증정받아 간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령 김환태문학관을 방문하고, 김환태평론문학상 시상식에 갔어도 나는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김환태의 문집(문학전집)은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다.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알차고 내실있는 김환태추모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가령 김환태청소년문학상 시상식에서 전국의 수상학생들에게 ‘김환태문학전집’을 증정하는 것은 상금과 상장수여보다도 훨씬 크게 무주가 낳은 자랑스러운 문학평론가 김환태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킨 셈이 될 것이다. 32년간 머문 중·고교에서 글쓰기 지도로 수많은 학생들이 상을 받게 했던 나의 경험으로 볼 때 가장 효과적인 추모문인 선양사업은 바로 전국공모전과 백일장 개최다.
특히 시상식에서의 ‘김환태문학전집’ 증정은 김환태청소년문학상을 단순히 매년 개최되는 1회성 행사에서 벗어나게 하는, ‘김환태의 순수비평정신을 알리고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명실상부한 추모사업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도 ‘김환태문학전집’ 발간은 큰 돈이 들어가지 않아 망설일 이유가 없다. 가령 매년 1,000만원어치 책을 찍어 그게 1,000권이든 1,500권이든 1년 동안 증정·배포하면 된다. 문학관 방문객과 문학제 참가자 등 1년에 소진될 책의 부수를 면밀히 분석해 매년 1,000만 원이든 2,000만 원이든 예산을 세워 시행하면 될 것이다.
내친김에 하나 더 말할 것은 ‘눌인문학’에 대해서다. ‘눌인문학회’ 이름으로 해마다 책은 내는 모양인데, 어찌된 일인지 40년째 평론가인 나는 한 번도 ‘눌인문학’을 받아본 일이 없다. 아예 우편발송의 배포를 하지 않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무슨무슨 동인지들이 1년에 1~2회 나오면 적어도 도내 문인들에게 직방 증정·배포하는 것과 전혀 다른 ‘눌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편발송하지 않는 동인지가 더러 있지만, 그것은 그들의 마음이고 자유다. 하지만 ‘눌인문학’은 다르다. 무릇 회지와 그 성격이 달라서다. ‘눌인문학’은 무주가 낳은 자랑스러운 문학평론가 김환태를 기리기 위해 내는 회지다. 더구나 비매품으로 발간하기 때문에 증정이 없으면 김환태를 기리기 위해 펴내는 ‘눌인문학’, 그런 회지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이니 이 역시 정상은 아니라고 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