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만월과 같은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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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만월과 같은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돼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2.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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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2월 24일은 음력 정월 대보름날이다. 달마다 한 번씩은 보름달의 만월이 밤하늘에 떠오르지만 유독 정월 대보름의 만월과 한가위 달밤의 만월 그 두 절기만은 한국인의 마음 깊이 새겨진 달밤이다.
시(詩)에서나 가요에서 서구인들은 태양을 많이 찬양하고 노래했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달을 더 많이 노래했고 사랑해 왔다. 빛은 빛이로되 그 찬란하지 않고 은근한 빛. 고요하고 심오한 빛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보다. 이제 1년에 한 번 뜨는 정월 대보름 달을 함께 쳐다볼 벗들을 생각해 본다.

추석 달은 고향 산천의 깊은 산골짜기 조상들의 무덤을 비추고 그들이 심고 거두던 농토와 추수 낟가리와 송편과 막걸리 상 앞에 모여 앉은 가족들의 얼굴을 환히 비추어 준다.
그러나 정월에 떠오른 보름달은 이상한 감회를 안겨 준다.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시작됨을 알려주는 차디찬 겨울의 보름달 그 밝도록 소리 없는 달빛은 이상하게도 보는 이의 마음을 담담하게 씻어 주면서 또 한편 아픔의 여운을 남긴다. 그 꽉 찬 만월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달도 차면 기우나니…”하는 귀에 익은 노랫가락이 떠오른다. 그렇다. 만월은 만월이 되는 다음 달부터 조금씩 이지러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선거는 시(詩)로, 국정은 산문(散文)으로 한다(campaign in poetry, govern in prose)라는 미국 정치에서 회자(膾炙)하는 말이다. 득표를 위해서는 고상하고 명료한 말로 희망을 외치면 되지만, 집권 이후에는 타협은 물론 뒷거래도 불가피해 설명이 길어진다는 의미다. 이미 2000여 년 전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다’고 했다. 공약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집권 전·후의 관점과 접근 방향, 추진 주체를 달리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경구(警句)다. 취임사 初心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를 시(詩, poetry, a poem)로 비유하면 직관성에서 심정의 사실주의를 발견 정서나 사상 함축적 자연사회의 운율을 지닌 압축된 정의와 황홀한 생명의 충일감(充溢感)을 목적으로 하는 말이다. 또한 국정을 산문(散文, prose)으로 말하자면 운율이나 음절의 수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 소설, 수필 등을 말함, 즉 글자의 수나 운율 따위에 구애됨이 없이 자기 주관대로 쓴 보통의 문장으로서 산문은 객관의 구극(究極)에서 찾은 주관이라 지적할 수 있다. 
예외 없이 반복됐던 ‘권력 말년의 불행’을 피하려면 퇴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적폐 청산 자체를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 청산을 위한 청산은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다. 청산에 나서려면 ‘내 편’에 더 엄격해야 하고, 제도 개선 등 미래지향적 대안이 병행추진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총선, 대선 승리를 모든 공약에 대한 지지로 착각해선 안 된다. 그나마 지난 총선에선 보수 정치의 자멸로 공약 경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무리한 공약 시정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셋째, ‘나라다운 나라’ 구호에 내포된 왜곡된 역사관을 직시해야 한다. 건국과 산업화 세대의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는 것이다. 건국과 경제부흥 대통령 폄훼와 직전 대통령들의 ‘부관참시(剖棺斬屍)’도 그 연장으로 비친다. 거친 권력 행사는 반드시 반작용을 키우게 된다.
취임 초 1년은 5년 임기 전체의 향방을 결정하는 황금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은 과거와의 싸움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정작 해야 할 일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국정의 궁극적 목표는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일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한다.
어려운 결정을 하라고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껄끄러운 문제를 공론화위원회에 떠넘기는 것은 직무 유기와 책임 회피다. 여소야대 국회의 비효율이나 여당의 발목잡기를 핑계로 ‘촛불 민주주의’에 기댄다면 나라의 장래가 위험하다.
혁명보다 어렵다는 진정한 개혁을 추진할 국정 동력이 살아 있으면 된다. 오는 4월에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고, 정의로운 유권자의 투표결과에 따라 개헌까지 맞물리면 동력은 순식간에 떨어진다. 단임 대통령에겐 여·야를 모두 초월해 국정을 소신껏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금을 퍼붓는 복지 즉 포퓰리즘은 당장 박수를 받겠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독일 사민당 정권이 이뤄낸 의제다. 
과거와 싸우느라 개혁 적기를 소진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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