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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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2.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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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의학전문기자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작금의 사태를 여러 분야의 관점에서 올바른 정보와 판단 근거를 제시 하고자 한다. 의료계의 주장과 복지부의 주장 그리고 법조계,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심층 분석해 본다.
다음 글은  전 의사협회 회장 노환규  흉부외과 전문의의 글이다.

전공의들이 사라진 3차 병원과 휴학계를 낸 의대생이 선봉에 나선 싸움인지 미래를 상실당한 젊은이들의 분연한 결정일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사회적 이슈가 된 현 사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밝히는 신중한 언론으로 자리 매김을 하길 바라며 노환규 전 회장의 글을 올려본다.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는 7가지 이유 
당장 내년 2025년부터 의대정원을 지금의 3,058명에서 2천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직후부터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들이 동맹휴학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구제나 선처가 없을 것이며 집단행동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맞서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저항한 사례는 지난 2000년 이후 2012년, 2014년, 그리고 2020년까지 총 네 차례 있었다. 의사들이 가장 강력히 저항했던 2000년 의약분업 반대투쟁은 정부의 승리로 끝났고, 남은 3차례의 의사들의 저항은 정부가 정책을 거둬들이면서 의사들의 요구가 관철됐다. 이번 2024년 의사들의 투쟁은 어떻게 될까?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표현이 SNS에 올라오자 “의사가 정부 위에 올라서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니다. 의사가 정부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의학의 본질을 꺾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싸움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무릎 꿇릴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정부는 국민에게 의사가 부족하다는 거짓말을 했다. 
-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사의 근거 공개 요구에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의대로부터 받은 증원신청현황의 숫자를 조작한 정황마저 있다. 정부는 26년째 의대 신설이 묶여있다고 하지만 1980~90년대 의대의 설립 인가를 남발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이미 OECD 전체 국가에서 의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나라다. 적정 의사 숫자는 각 나라의 의료제도의 특성에 따라 다른데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1위다. 의사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의료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에서 OECD의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가장 뚜렷한 방증이다. 오히려 현재와 가까운 미래는 저출산에 인구 감소, 인구절벽을 마주하고 있기에 의대 증원이 아니라 오히려 의대 감원이 고려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2. 정부는 진단 오류를 범함에 따라 처방 오류를 범했다.
- 의사 숫자가 적은 것이 아니라 의사들의 필수의료 외면이 핵심이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는 원가 이하의 낮은 의료수가와 사법 리스크 두 가지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면 필수의료 기피현상은 저절로 해결된다. 단 소아 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기피사유에 대해 출산율 감소가 더해짐으로 인해 이에 대한 추가보상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위의 시급한 해결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해결해 나아 가겠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끝내고, 필수의료 기피현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의대 증원 책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3.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은 국가적 재앙을 초래한다.
- 갑자기 의사 수 65%를 늘리면 의학교육이 크게 부실해진다. 2천명 증대방침이 발표된 후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무리한 수치라고 외쳤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의대쏠림이 심한 상황에서 2000명 증원정책은 이공계의 몰락을 초래한다. 이공계의 인재는 국가미래를 위해 의료보다 중요한 필수 인재들이다. 또한 의사수의 증가는 ‘공급자 유발 수요’를 증가시킴으로 인해 필히 의료비 증가를 가속화시킨다. 그러나 이 의료비를 감당할 세대의 인구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의대 증원은 젊은 세대의 어깨 위에 더 큰 의료비 부양의 짐을 지우는 것이다.
4. 정부는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의대증원을 정치 아젠다로 들고 나왔다.
- 향후 적정 의사의 추계는 정부와 의료계가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공동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와 공동연구는 커녕, 대화나 협의조차 거부하고 일방적 통보만 해왔다. 정부는 “의사들과 굳이 대화할 필요성이 없으나 의견수용차원에서 듣는 것”이라며 전문가 단체와의 협의를 거절하고 “의사가 부족하다”는 일방적인 주장만을 되풀이 해왔다.
5. 정부는 의사가 목숨처럼 지키는 가치를 간과했다.
- 의사는 병을 고침으로써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만, 잘못된 의료제도는 수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고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 잘못된 의료제도를 의사가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고, “의료를 멈추어 의료를 살리자”라는 구호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의사의 급속한 증가는 필히 의료윤리의 실종을 초래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전 국민이 치르게 된다. 올바른 의료제도는 의사가 목숨처럼 지켜야 하는 가치를 담는 제도다. 누군가 이것을 근본부터 흔드는 잘못된 정책을 펼치려 한다면 의사들에겐 이것을 온몸을 다해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의사들이 지켜야 하는 가치 싸움에 나섰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6. 정부는 의사들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자존감을 훼손시켰다.
- 의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런데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적 사직이라도 집단으로 이뤄질 경우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강력히 처벌할 것이라고 수 차례 경고했다. 그리고 어떤 구제와 선처도 없을 것이라며 협박했다. 의사들은 구제와 선처를 요청한 적이 없다. 
7. 여론의 화살의 향배는 바뀌게 되어 있다.
- 이상의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면, 지금 언론 작업에 의해 의사를 향해 있던 여론의 화살은 방향을 바꾸어 정부를 향하게 될 것이다. 의료대란의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다. 무지하지 않은 국민들이 이 사실을 심판하게 될 것이다.
이상의 글에서 사태의  심각성과 작금의 대중매체가 보도하는 왜곡된 정보와 통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정확한 분석을 하나씩 잘 선별해서 본지에 특별기획으로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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