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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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70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3.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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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카타르와 요르단의 2023아시안컵 결승전이 시작된 2월 11일 0시(한국시간. 이하 같음.)부터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 선수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경기에 나섰다. 브라이튼과 치른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결승골 도움을 기록, 토트넘을 2대 1 승리로 이끌었다.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소속팀 경기에 출전해 승리한 것이다.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아시안컵 결승전 대신 소속팀의 EPL 경기를 치른 것은 말할 나위 없이 2월 7일 0시 열린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0대 2로 패해 예상보다 일찍 짐을 쌌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일찍’이라 말한 것은 국가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호언장담한 아시안컵 우승이 기정사실처럼 팬들은 물론 국민에게 받아들여져서다.

우승은커녕 출전국 24개국중 4위에 머문 2023아시안컵은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로 이어졌다. 4강전 전날 밤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후폭풍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미 ‘클린스만 감독 경질은 잘한 일’(전북연합신문, 2024.2.28.) 등의 글을 쓴 바 있으니 여기선 한동안 뜸했던 ‘월드 클래스 손흥민’ 이야길 이어가도록 하자.
손흥민은 아시안컵에서 강행군을 소화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는 물론 4강전까지 6경기에서 단 1분도 쉬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손흥민이 아시안컵을 치르고 소속팀에 복귀해 치른 첫 경기인 24라운드에선 교체로 투입돼 도움을 기록했다. 2월 18일 0시 열린 25라운드 울버햄튼전은 선발로 출전했지만, 역시 아직 무리였을까.
손흥민은 특유의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를 하지 못하는 등 예전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1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울버햄튼전이라 코리안더비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지만, 아시안컵 이후 첫 출전한 황희찬도 손흥민처럼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토트넘은 울버햄튼에게 1대 2로 졌다.
2월 17일 손흥민은 구단 공식 채널인 ‘스퍼스플레이’와 인터뷰를 통해 “(아시안컵 대회에서 돌아온 뒤) 지난 한 주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카타르 대회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아무튼 2월 24일 05시로 예정되어 있던 26라운드는 첼시의 카라바오컵 결승 진출로 갑자기 경기가 연기됐다. 이게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된 셈이라 할까.
마침내 손흥민은 3월 3일 0시 열린 EPL 27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골 소식을 전했다.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히샬리송 대신 원톱 자리에 선 손흥민은 팀이 2대 1로 앞선 후반 43분 미드필드 왼쪽 지역에서 동료가 밀어준 공을 받아 40여m 내달려 상대 문전까지 갔다. 상대 수비수가 따라붙었으나 속도로 완벽하게 따돌렸다.
그리고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3대 1 역전승이다. 과거 푸스카스상을 안긴 번리전 70m 원더골을 떠올릴만한 득점포라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월 1일 본머스전에서 넣은 리그 12호 골 이후 두 달 만에 쏘아올린 13호 골이다. 아시안컵 차출로 장기간 비운 자리를 메웠고,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극복한 듯한 골이기도 하다.
이런 활약으로 손흥민은 리그 공식 홈페이지 ‘맨 오브 더 매치’ 투표에서 58.1%의 지지를 받아 팀 동료 존슨(15.1%)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만 벌써 9번째 ‘맨 오브 더 매치’다. 각종 매체 평점도 최고 수준이었다. 가령 축구 통계 전문 ‘풋몹’은 8.6점, ‘후스코어드닷컴’은 8.1점으로 모두 손흥민에게 양 팀 최고 평점을 주고 경기 최우수선수로 꼽았다.
그런데 토트넘의 이 역전승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트넘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승점을 가장 많이 획득한 팀 중 하나인 것으로 드러나서다. 마이데일리(2024.3.3.)가 전한 영국 매체 ‘풋볼365’에 따르면 토트넘은 올 시즌 상대에게 리드를 허용한 15경기에서 5승 4무 6패를 기록했다. 토트넘이 획득한 승점은 19점이다.
올 시즌 리드를 허용한 EPL 경기에서 토트넘보다 더 많은 승점을 획득한 클럽은 리버풀이 유일하다. 리버풀은 올 시즌 리드를 허용한 12번의 경기에서 6승 4무 2패를 기록하며 승점 22점을 획득했다. 맨시티는 올 시즌 EPL에서 승부를 뒤집은 경기가 토트넘보다 적었다. 5승 3무 3패를 기록하며 승점 18점을 획득했다.
요컨대 손흥민이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토트넘은 올 시즌 리드를 허용한 경기에서 꾸준히 승점을 획득하며 쉽게 패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5위인 순위를 남은 경기에서 끌어올릴 기대를 갖게 한다. 크리스탈 팰리스전을 마친 후 영국 BBC 등을 통해 밝힌 손흥민의 역전승 소감을 들어보자.
“선제골을 실점하면 어떤 경기에서든 좌절감이 생긴다. 우리는 오늘 시작부터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팀이 뒤로 물러서서 기회를 기다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 기회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인내심을 유지하려고 했다. 상대는 지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공간이 발생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번의 확실한 기회였고 그렇게 됐다. 정말 놀라운 경기였고 모두가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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