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방법은 없는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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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대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방법은 없는가?(4)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3.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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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의학전문기자

 

이제 우리는 이 상황이 어떻게 될지, 한 번 미루어 짐작해 볼 때가 되었다.
각계각층의 글들을 모아보았다. 

■충북대병원 배대환 심장내과 교수
사직의 변
저는 지방에서 심장내과를 전공한 의사입니다. 이제 막 심장내과 전문의로서 독립하여 근무한지 3년정도 밖에 되지 않은 심장내과 의사입니다.
제가 심장내과의 꿈을 가졌던 것은 2010년 본과 2학년 쯤으로 기억합니다. 2011년에 심장내과 PK 실습때 심장내과 교과서인 Braunwald’s heart disease 9판을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최신판이 12판이던가요? 처음에는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이 좋아져서 퇴원하는 모습을 보고 이끌렸지만 인턴이 되고 내과 전공의를 하면서 그 이외의 것들에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지금 심장내과에서 주로 하는 심부전, 심장초음파, 심장중환자진료는 심장내과 최전선에 있다기 보다는 후방에서 든든하게 지원사격을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관상동맥중재술 하시는 선생님들의 급성기 치료의 희열이 있기도 하지만 제가 하는 심장내과 영역중 심장중환자 치료 역시 그러한 희열이 있습니다. 심장이 아예 안뛰어서 에크모가 단 1초라도 돌아가지 않으면 바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환자들의 힘으로 정상으로 회복할때까지 어떻게든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처치하고 회복될때까지 기다렸다가 에크모를 제거하고 외래에 내원하였을 때 그 기쁨은 아마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크게 인기도 없고 많이 하지도 않은 심장내과 그중에서도 심부전, 심장중환자 파트를 선택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병원이 중증심부전의 완결치료인 심장이식, 좌심실 보 조장치를 할 날을 꿈꾸며 일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마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분명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며, 필수의료 강화라고 하는 지원은 결국 밑독 빠진 항아리에 물 좀 더 넣어주는 의미 없는 단기 정책에 불과하며 혼합진료금지는 말ㅍ그대로 의료 이용을 더 늘리고 의료민영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필수의료 멸망 패키지의 총아임에 분명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알고 더 이상 필수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인턴, 전공의선생님들이 사직을 하고 나간다고 하는데 사직하는 것을 막겠다고 면허정지 처분을 하는 보건복지부의 행태나 교육자의 양심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총장들의 생각 없는 의대 정원 숫자 써내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현대 의료는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없습니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동료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치료를 행해야합니다. 그러한 동료는 최근에 여러 뉴스에 나온 증권가 임원, 이미 교사로 활동하는 분들이 의대에 들어온다고 동료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같이 병원에서 부딪히며 일 해온 인턴,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일 것입니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면허를 정지한다고 하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와 현재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모교의 총장의 의견을 듣자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제가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더 남아 있을 이유는 없어 사직하고자 합니다. 심장내과의 꿈을 가지고 살았던 14년의 시간, 모래알 사이사이를 단단하게 고정해주고자 지냈던 심장내과 전문의로서의 3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동료들과 함께 진료를 이어나갈 수 없다면 동료들과 함께 다른 길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4일
배 대환 올림

전공의들은 묵묵부답 각자가 결정한 길을 선택했다. 그 누구도 선동하거나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파업은 요구조건이 있다. 협상할 카드를 가지고 만지작거린다. 그들은 협상이 불가능 할 가능성이 많다. 기득권 세력이 누구일지는 규정이 안 되지만 기형적 의료제도가 환골탈태 되진 않고 민영화의 길로 가려는 큰 그림이라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공의는 미래를 담보로 뼈를 갈아 수련이라는 과정을 견뎌 내고 교수들은 명예와 사명감으로 박봉을 견뎌낸다. 그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묻게 하는 작금의 작태를 밥그릇이라 치부할 무지함으로 일관 할 것인가?
의사와 의사가족도 모두 국민이고 행복할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분열된 사회로 이끌고 가는 것이 이념의 문제일 수도 있고 이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제도를 바꾸는 것은 현재를 잘 살아보기 위함이고 미래를 새로이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의대 정원은 교육과 의료와 경제 그리고 미래를 위한 엄중한 판단임을 아직도 자각이 안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대한민국 역사상 크게 남을 정점에 우리는 의사와 국민 그리고 정부로 대치되어 있다. 화합·평화·공존을 잃어가는 정글 같은 세상을 누군가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14만 의사 그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를 한다. 그들이 직계가족인 60만이 반대한다. 의료 현장에 같이 일하는 여러 직역들도 정말 냉정하게 현실과 미래를 바라본다면 200만 의료종사자와 유관 업종은 의사와 경제활동을 같이한다. 
대한민국 의료의 마지막 수술대가 될 시점이 된다면 의료 대란은 의사를 포함 그들이 되던 정부가 되던 누군가를 번제로 올려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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