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의 하극상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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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의 하극상과 사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3.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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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고작 4위에 그친 2023아시안컵 축구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불러왔다.  ‘고작 4위에 그친 2023아시안컵’(전북연합신문, 2024.2.21.)과 ‘클린스만 감독 경질은 잘한 일’(전북연합신문, 2024.2.28.)에서 이미 말한 바 있지만, 그러나 고작 4위에 그친 2023아시안컵 축구는 또 다른 후폭풍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지난 일을 훌훌 털고 2026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새출발해야 되겠지만, 못내 걸리는 게 있으니 이른바 ‘탁구 게이트’ 사건이다. 이는 한마디로 9살이나 어린 이강인이 캡틴 손흥민에게 ‘엉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보도를 종합해 그 전말을 정리해보자. 아시안컵 4강전 전날 이강인이 저녁식사 시간에 탁구를 치려고 했다.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이강인과 손흥민이 식당에서 몸싸움을 했고, 이강인이 주먹질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이강인 쪽은 대리인을 통해 “주먹질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내용은 2월 14일 알려졌는데, 영국 매체 ‘더 선’이 처음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신속히 인정했다. 클린스만 당시 한국대표팀 감독, 코치진도 해외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강인·손흥민의 충돌 사실을 알렸다.
그 영향인지 대표팀은 한 수 아래인 요르단을 4강에서 만났는데도 0대 2로 완패했다. 동시에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어쩌고 하던 게 식언(食言)이 되고 말았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이강인은 SNS를 통해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도 축구팬들의 비난은 계속됐다. 축구 팬들은 이강인을 향해 “국가대표 영구 퇴출”, “아시안게임 금메달 박탈”, “군입대 해라” 등 비난을 쏟아냈다. 이강인이 보도 하루만인 2월 15일 SNS에 “좋지 못한 모습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올렸지만 오히려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축구 팬들은 사과 방식 등을 꼬집으며 “제대로 사과하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이 “나도 어릴 때 실수를 많이 했다. 강인이를 용서해달라”고 당부했음에도 SNS 테러와 조롱·위협 게시물까지 퍼져나갔다. 10살 가까이 ‘어린 놈’이 선배, 그것도 대표팀 주장에게 대든 ‘하극상’이고 보니 일파만파 번져나간 충격파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생활한 이강인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10년 가까이 되는 대선배, 그것도 주장의 팀워크를 위한 정당한 요구에 대든 건 잘못했다는 게 중론(衆論)이라 해도 무방하다. 응당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반면 토트넘의 동료 제임스 매디슨은 주장 손흥민에 대해 “대단한 선수이기 때문에 그의 말을 모두 귀담아듣는다”며 “그의 인성과 실력의 아우라가 팀에 중요한 순간에 작동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주장을 오히려 한국 대표팀에서 존중하지 않았다는 게 국민들에게 쓰라림을 주고 있다”(한국일보, 2024.2.19.)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나는 ‘뒷말 무성한 이강인 0분 출전’(장세진 수필집 ‘월드 클래스 손흥민’ 수록)이란 글에서 대표팀 소집을 하고도 경기에 투입하지 않는 벤투 감독을 직격한 바 있다. “아무리 선수 기용이 감독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일종의 미스터리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강인 패싱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벤투 감독은 자기 나라로 떠나면 그만이지만, 이제 21살인 이강인은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 축구에서 중용될 중요 자산이란 점”을 역설했다.
그뿐이 아니다. 나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과 함께 중용되며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 이강인에 대해 칭찬도 아낌없이 했다. 가령 ‘발군(拔群)의 한국선수 최초 이강인’(전북연합신문, 2023.5.24.)·‘파죽지세(破竹之勢) 이강인’(전북연합신문, 2023.11.15.)을 통해 한껏 추어 올린 것이다. 그랬지만, 이강인의 ‘하극상’ 소식을 대하니 그것들을 다 무르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인지 이강인은 프랑스에서 영국 런던으로 찾아가 손흥민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이강인은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손흥민도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며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을 용서하는 동시에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3월 태국전에 바로 소집돼 유감스럽지만, 이강인이 ‘국민 남동생’으로서의 인기를 다시 누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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