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무척 빨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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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무척 빨리 지나간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3.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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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한 해를 여니 두 달이 이미 획 쏜살같이 지나가 벌써 3월하순이라니 세월의 톱니바퀴는 쉬지 않고 돌아 마치 제어장치도 없는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와 같다. 그러면서 옛날은 아쉽게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면 더욱 좋고 하다 못 해 덮어 버리고 싶은 추억이라도 고이 간직하게 마련이다. 밝은 아이들은 밝고 아름다운 추억을, 찌프린 아이에게는 어두운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는 손자 손녀들에게 전화를 할 때나 만날 때는 잊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을 밥 먹듯 한다. 이는 커서도 좋은 추억을 갖게 되고 스스로 귀한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뒤를 돌아보는 빈도가 잦아진다. 옛날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다시 옛날이 되어 서고 그리워 할 뿐 만나는 적은 없다. 이는 마치 9~10월 달에 흐드러지게 핀 선운사의 무릇 꽃(相思花)과 같다.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음으로 꽃은 잎을 그리워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하면서도 끝내 만나지 못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릇 꽃(相思花) 이름도 예쁘지만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내려오는 전설엔 한 젊은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온 젊은 여인을 보자마자 반하고 말았다. 그 스님은 연모의 정 때문에 시름시름 앓다가 석 달 열흘 만에 피를 토하고 죽었다. 스님을 양지 바른 언덕에 묻어주었는데 그 무덤에서 선홍색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그 꽃을 붉은 피를 토하고 죽은 젊은 스님의 넋 이라고 하고 그 후에 사람들이 이 꽃을 相思花라고 불렀다. 사람들도 상사화와 같이 과거와 현재가 괴리되어 옛날로 돌아 갈 수는 없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삶이 팍팍하고 힘들 때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서히 종장을 맞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어느 여성 호스피스가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들을 상대로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한 후회를 설문 한 바 대부분 노인들이 다음과 같은 5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 했다. 내 자신의 삶보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려고 애썼다.
둘째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 버렸다.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너무 가족하고 소원 했다. 
셋째는 내 감정을 주위에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며 살았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지 못했고 특히 사랑 한다고 말해야 할 사람에게 사랑 한다는 말을 못했다. 이는 부부의 사랑에서는 더욱 그렇다. 부부의 사랑이란 너무 지나쳐서도 안 되고 너무 모자라서도 안 된다. 그저 모나지 않는 사랑을 나누다가 난 당신을 만나 참 행복했고 이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 속에서 동화처럼 흐뭇한 드라마처럼 파묻혀 살면 족하리라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 생각된다. 
넷째는 친구와 자주 연락을 하며 살았어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가고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멀리 오래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가는 길은 오래 멀리 가야 한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 우리는 가끔 가다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한 번 꼭 만나야지 생각만 했지 만나지 못해 후회한 적이 있다. 만약 그 친구가 이 세상에 없다면 더욱 그렇다. 만날 수 있다면 지체 없이 당장 만나라 그것이 후회하는 것 보다 훨씬 낫다.
다섯째는 행복은 결국 내 선택이었다. 이와 같이 후회한 모든 것들은 누구나 다 이룰 수 있는 평범하고 간단한 것들뿐만 아니라 내 선택에 달려 있는 것들 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 60은 60Km로 70은 70Km로 80은 80Km로 달린다고 한다. 우리가 어디에 속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흘러 갈 뿐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花樣年華와 같은 세월은 다 지나가고 황혼에 이르렀다. 당신과 나 동행하는 황혼 길 아직도 주어 담지 못한 청춘의 나락들이 있고 부르니 못한 황혼의 노래가 남아 있다. 이들만 다 주어 담아도 한 바구니 가득 차고도 남을 진데 이제 특별히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비록 황혼으로 접어들면서 하루는 길고 일 년은 짧다고 해도 세월의 감을 슬퍼하지는 마시게나 사람은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야 한다. 이제 한 마당의 신나는 굿거리처럼 열심히 보람 있게 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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