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좌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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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좌절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5.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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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 대표팀(올림픽 대표팀)은 파리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1차전 아랍에미리트 1대 0, 2차전 중국 2대 0, 3차전 일본 1대 0 등 3경기 모두 이겼다. 8강은 물론 4강전에 진출해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한 전승(全勝)이라 할만하다.
1차전에서 이영준이 후반 추가시간에 헤더골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2차전에선 중국 선수들에게 자주 공을 뺏겨 슈팅으로 이어지게 하는 등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역시 이영준이 해결사였다. 전반 34분과 후반 23분 이영준이 2골로 깔끔하게 승리를 챙겼다. 특히 후반 23분 이영준 골은 패스 미스로 실점할 뻔했던 위기가 끝나기 무섭게 터진 골이어서 더 짜릿했다.

게다가 앞에 있는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로 넣은 골이라 손흥민이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조별리그 4차전 태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상대 골망을 가른 장면을 떠오르게도 했다. 또 슈팅 수가 적은 가운데 만든 2골이라 골 결정력이 돋보이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일본을 굴복시켜 통쾌함을 덤으로 안겨준 3차전에선 전반 31분간 슈팅 한 개도 없는 등 답답함이 한가득 들어찼다. 가장 재미 없는 한일전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였지만, 실속은 챙긴 경기였다. 후반 30분 이태석이 찬 코너킥을 김민우가 머리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본방사수하던 드라마를 재방으로 미루고 본 보람이 있었던 일본전이라 할까.
조 1위에 대해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얻은 토너먼트 노하우가 빛났다. 황 감독의 묘수가 최상의 시나리오로 마무리된 셈이다. 3전승을 따낸 한국은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우려했던 A조 1위 카타르가 아닌 2위 인도네시아와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스포츠서울, 2024.4.24.)는 평가가 따랐다.
이어 “한국에게도 카타르는 부담스러운 상대라 조 1위로 8강에 오른 것은 긍정적이다”고 낙관했지만, 그러나 새벽 2시 30분부터 시작하는 8강전이란 아쉬움을 안겼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처지도 아니고, 인도네시아를 이겨 4강에 진출하면 일상이 흐트러져버린 새벽 시청을 보상받을 수 있지 않나 되뇌며 본방사수했음은 물론이다. 인도네시아쯤은 이길 걸로 확신한 것이다.
전반 7분에 터진 이강희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게 뼈아팠지만, 피파랭킹 134위 인도네시아를 상대로도 수비적으로 경기 운영을 했다는 게 아쉬웠다. 공격 위주로 하면 언제든 골이 나올 수 있는 걸 오히려 인도네시아가 펼쳤다는 게 그렇다. 인도네시아 선수가 슈팅하면 ‘또 들어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정도의 졸전이었던 8강전이라 해도 크게 틀린 지적은 아닐 성싶다.
가장 아쉬운 건 결과적으로 ‘아끼다 똥’이 되어버린 이영준 선발 배제다. 이영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전했고, 25분 뒤 퇴장을 당했다. 패배에 빌미를 준 셈인데, 이영준을 왜 선발로 투입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 이영준은 대회 3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결장했기 때문에 충분히 인도네시아전을 소화할 체력은 비축한 상태였다.
퇴장 당한 황선홍 감독을 대신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명재용 코치는 “후반전 이후 연장전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내렸다. 이영준이 120분을 뛰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퇴장으로)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갔다고 생각한다”고 이영준을 선발로 투입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것 역시 말이 안된다.
4월 27일 귀국한 인천공항에서 황 감독은 스트라이커 이영준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로 ‘부상’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상대를 쉽게 본 게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황 감독은 “우리가 그렇게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밤새워 논의하고 결정한다. 존중받아야 한다”라며 “이영준은 스포츠 탈장 증상이 있다. 60분 이상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본전에서도 쉬었다. 전반, 후반 투입을 놓고 판단해야 하는데 후자를 선택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다소 이해되지만, 그런 사정이 있었더라도 이영준을 전반에 뛰게 하는 게 좋은 전술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영준이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 취재진 모두 공개적으로 경계했던 선수라 그런 아쉬움이 생긴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영준 선수가 조별리그에서 상당히 잘해줬기 때문에 아마 가장 위협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인도네시아 취재진 역시 “한국의 등번호 6번(이영준) 선수가 위협적이더라. 피지컬이 좋다. 인도네시아 수비진 입장에서는 막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 이영준의 선발 제외가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처음부터 편한 경기가 되게 해준 셈이 되었다. 말할 나위 없이 전술 부재라 할 수 있다.
만약 이영준이 선발 출전했다면 교체로 들어간 후반 25분 퇴장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죽은 아들 뭐 만지는 격이긴 하지만, 134위 인도네시아에게 덜미가 잡혀 충격적인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좌절을 안겨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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