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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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만이 할 수 있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5.3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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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2대 총선은 야권 192석, 여당 108석으로 끝났다. 여당 참패로 끝났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변한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 ‘뭐 저런 당이 다 있나1~3’,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1~5’(장세진 에세이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 수록) 등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이미 비판한 바 있는데, 그렇게 된 셈의 총선 결과라 할까.
가령 “심상정 의원은 정의당 후보였던 지난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은 국민의힘을 다시 살려내고 윤석열을 제1야당 후보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100% 맞는 말이다. 어느새 그렇게 만들어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이다. 안보거나 겪지 않아도 될 것들 천지인, 그래서 뭐 저런 당이 다 있나 싶은 국민의힘”이라고 일침을 가한 식이다.

하나 더 들어보자. 윤 대통령은 3년 반쯤 지나면 물러나지만, 국민의힘은 아니다. 박근혜 탄핵으로 새누리당이 풍비박산났을 때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존속을 이어왔다. 그 후유증으로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맞아들였고, 집권 여당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대통령 눈치나 보며 스스로 존재가치를 깎아내리는 행보에 열을 올린 국민의힘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그 무렵 “보선 패배의 책임은 첫째 국정지지 획득에 실패하고 명분 없는 공천을 밀어붙인 대통령과 대통령실·정부에 있고, 둘째 그걸 바로잡지도 못하고 선을 긋지도 못한 채 앞장서 맹종한 당 지도부에 있으며, 셋째 문제의식이 없었거나 있어도 권력과 공천이 두려워 아무 말도 못 하고 끌려다닌 의원들과 핵심 당직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은 “이런 원인들을 바로잡지 않으면 총선 과반은커녕 지금 의석 유지도 힘들다”며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거나, 당이 대통령과 다른 노선을 가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제대로 짚은 이런 이 전 의원을 징계나 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라며 개탄하고 있는데, 거의 그렇게 된 셈의 총선 결과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변화가 앞날을 환히 밝히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화끈한 변화 내지 쇄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령 동아일보는 4월 13일자 사설에서 “중요한 건 친윤이건 비윤이건 당내 권력투쟁이 아니라 권력자의 눈치부터 살피는 당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친윤 주류는 ‘당정일체’, ‘용산과의 혼연일체’를 내세우며 비윤 세력을 쳐내는 데 골몰했다. 정권교체 2년도 안 돼 당 대표가 5번 등장해야 하는 자중지란이 벌어졌다. 총선 민심이 확인된 지금 국민의힘은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4월 17일자 사설에서 “4·10 총선 참패 일주일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반성과 변화를 보여주긴커녕 안이하고 무기력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 그제 4선 이상 중진회의가 처절한 자성 메시지도, 위기수습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데 이어, 어제 당선자총회 역시 추상적인 결의문만 낭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108명의 당선자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만 바라보고 한마음 한뜻으로 변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감한 혁신, 당정소통, 의회정치 복원 등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달라지겠다는 건지 눈에 잡히는 얘기는 없다”며 직격했다.
한겨레는 4월 18일자 사설에서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한 지 1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처절한 반성과 몸부림은 없고 안이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우선 비상대책위원회부터 꾸리기로 했다지만, ‘민심’과 ‘용산’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형국”임을 질타했다.
그런데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은 전혀 딴판으로 말했다. “총선 패배 원인 분석은 적절한 시기에 해보겠다”며 어물쩍 넘어간 것이다. 정말로 패인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나. 여당 장악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을 단절하지 못하면 변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4월 19일 전체 지역구 낙선자 164명 가운데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민의힘 22대 총선 낙선자 간담회에서도 참석자 다수가 총선의 패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이었고, 당이 이에 잘못 대처한 탓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나온 총선 패인 분석이다. 이렇듯 총선 참패에 대한 답이 명명백백 나와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새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의원들 입장에선 앞으로 공천받을 일도 없어진 지금 국민의힘만이 윤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 불통과 고집을 제어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야권이 요구하는 ‘채상병 특검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님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거부권 재의결시 찬성표를 던져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을 제어하는 식이다.
여당이 매섭거나 무서운 줄 알면 대통령도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윤 대통령은 3년쯤 지나면 물러나지만, 국민의힘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국민의힘만이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퇴임과 함께 문을 닫을 게 아니라면 지금이야말로 환골탈태할 때다. 그런데도 5월 28일 21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 재의결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부결되고 말았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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