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 “당신은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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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천사, “당신은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1.12.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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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시, 천사선행 기리고 도심활성화 전개 위한 ‘천사마을 가꾸기 사업’ 시행
- 피난민 이주지 및 어려운 이웃 거주 난민촌, 2014년까지 국비 등 140억 투입

‘얼굴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


지난 2009년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전주시가 시민의 뜻을 모아 세운 ‘천사비’에 쓰여진 내용이다.

선행을 널리 알려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전주의 또다른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한 기념비로 인근 주민들은 물론 전주의 또 다른 브랜드가 됐다.

전주시는 또한 ‘천사의 날’을 지정 운영하고 ‘천사’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말 그대로 ‘얼굴 없는 사람’에게 지난해 특별 공익장을 수여, 천사비 추진위원회에 상패를 전달했으며 현재 노송동주민센터에 비치해 놓고 있다. 천사를 기리는 무대도 마련됐다.

더불어 내년부터는 정부지원을 받아 ‘천사마을 가꾸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국비를 포함해 총 14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천사가 다녀가는 노송동 일대가 과거 6.25때 피난민이 이주 정착하고, 어려운 이웃들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난민촌으로 불려진 점을 감안,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대상지역은 노송동 난민촌 내 나대지 3,772㎡와 노후주거지 일원으로 국비 70억원, 시비 70억원 등 총 140억원의 사업비를 마련, 내년부터 각각 18억원, 61억원, 61억원을 연차적으로 투입한다. 내년 예산은 확정됐다.

사업은, 천사나 나눔, 행복 등을 주제로하는 도시재생 거점시설 건물 신축사업과, 소공원 조성 등 전반적인 도시재생지구 환경개선사업, 마을공동체 활성화 및 전국적 명소화를 위한 지역역량 강화사업 등으로 추진된다.


천사정신을 기리기 위한 주민과의 협의 사업으로, 외관상, 내면적인 실질적 조건을 모두 갖추고 주변 주민들과의 상생발전, 난민촌 활성화 등을 종합적으로 전개해 전주를 신비의 도시, 사랑의 도시, 관광의 도시를 만드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가 전국적으로 공모, 추진하는 ‘R&D 도시재생 테스트베드 사업’을 신청, 최종 사업대상으로 선정됐다.

구체적으로 천사마을가꾸기사업 제안서를 지난해 국토부에 제출, 국비를 지원 받아 내년부터 전국적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내년 1월부터 곧바로 사업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면서 2012년 하반기 착공, 2014년 하반기에 준공할 계획이다.

사업은 각종 통합적 도시재생과 함께 친환경적 에너지를 접목한다는 국토부 사업의 취지를 살리고 한국형 도시재생의 전국적 모델을 제시하게 된다.

특히 기부와 나눔의 새로운 도시문화 확산에 의미를 부여하고 천사마을 활성화를 통한 국내외 관광 활성화를 시는 기대하고 있다.

주민공동체 활성화, 물리적 환경 개선,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통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심 활력화를 증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일 노송동 동사무소에 찾아 온 ‘천사’는 5만원권 100매를 고무줄로 두른 뒤 편지봉투에 넣은 지폐 5,000만원과 노란 돼지저금통에 담긴 각종 동전 24만2,100원 등 모두 5천24만2,100원을 놓고 말없이 사라졌다.

이로써 지난 2000년 이후 얼굴없는 천사가 기탁한 성금은 모두 2억4,744만6,120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지난 2000년 4월 이후 12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같은 얼굴 없는 천사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성금을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생활이 어려운 홀로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중노2동주민센터(당시 동사무소)에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홀연 사라진 이후 올해까지 12년 간 13차례나 선행의 손길을 이어오고 있다.

신분이 전혀 알려지지 않는 선행이 해마다 세밑이면 되풀이되면서 만인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지만 전화 한 통으로 돈이 놓인 장소만 알려주고 사라져 지금까지 이름도, 나이도 알 수가 없어 ‘얼굴 없는 천사’로만 불리고 있다.

그동안 이를 지켜본 노송동 주민들은 천사의 숫자표기 1004를 본 따 매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홀로 사는 노인들의 이불빨래는 물론 고장난 자전거를 고쳐주고 나눔장터도 열어 그 수입금을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 돕기에 보태는 등 다양한 나눔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봉사를 찾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돼 현재까지 김장김치 담가주기, 무료 식사대접, 연탄배달 등 선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 창작극회는 연말을 맞아 ‘천사’의 선행을 주제로 한 창작극 ‘노송동 엔젤’을 무대 공연에 올려 뜻을 널리 기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 2010년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거리’ 275m를 지정하고, 지난 해 1월에는 ‘얼굴없는 천사비’도 세웠다.

또한, 이번에 2,000만원을 투자해 ‘얼굴 없는 천사거리’ 일부 70m를 벽화 디자인 공사를 실시, 경관개선으로 깨끗한 환경을 도모했다.

노송동 주민자치위원회 김금남 위원장은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천사의 사랑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대표 공동체로 발전하면서 이웃사랑 실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물론 전주시민으로서 자부심과 명예를 느끼고 있는데다 도심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천사’의 숭고한 정신이 전국의 기부문화 확산, 사랑문화 정착과 함께 관광 전주의 또 다른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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