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국회에서 말싸움 국회로' 필리버스터 제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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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 국회에서 말싸움 국회로' 필리버스터 제도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2.05.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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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당의 쟁점법안 강행처리 막기위한 '무제한 토론제'
재적의원 3분의 1이상 동의하면 가능, 1인 1회만 토론

지난 2일 18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장에서 '몸싸움 방지법'으로 널리 알려진 국회법 개정안이 마침내 통과됐는데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필리버스터(filibuster,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다.

이 제도는 국회 내 다수파인 여당이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으로서 이번 개정안에서는 '무제한 토론제'라는 명칭으로 반영됐다.

우리 국회에도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쟁점법안 처리 등을 막기 위해 한 의원이 발언대에서 몇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말을 하는 진풍경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에는 '발언시간 15분 규정'(단 의사진행발언·신상발언·보충발언은 5분, 다른 의원의 발언에 대한 반론 발언은 3분)이 '방해'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19대 국회부터 한 의원이 본회의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본회의 시작 전에 의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일단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다.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에도 무제한 토론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무제한 토론의 효과는 해당 회기에 국한된다.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나아가 무제한 토론에도 일종의 '일사부재의' 규정도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무제한 토론의 종결이 선포됐거나 선포된 것으로 보는 안건에 대해서는 무제한 토론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제헌국회때 이미 유사제도 시행,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활용

사실 필리버스터 제도가 한국 국회에 도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관 전진영 박사에 따르면 제헌국회는 국회법 46조에 '의원의 질의, 토론, 기타 발언에 대하여는 국회의 결의가 있는 때 외에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해 사실상 발언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64년 4월20일 당시 의원이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료의원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발언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킬 수 있었다.

또 1969년 8월29일 법제사법위원회 71회 회의에서 신민당의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안을 저지하기 위해 10시간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한 사례가 있다.

미국 상원의 역대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은 1957년 민권법 심의과정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대표 상원의원 스트롬 써몬드 민주당 의원이 한 24시간18분짜리 반대연설이다.

21세기 최장시간 필리버스터의 주인공은 2005년 12월 보수당 제출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3시간17분간 발언한 영국의 앤드류 디스모어 노동당 의원이다.

◇입법갈등 해결위한 의원들 의지 선행돼야 '정착'

그렇다면 과연 이 필리버스터 제도가 한국 국회의 고질병인 몸싸움을 고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전진영 박사는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를 제도화함으로써 몸싸움이 아닌 말싸움을 통해 반대의사를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필리버스터 허용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단독으로 필리버스터를 요구할 수 있지만 양당 중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토론 종결을 의결하기는 어렵다"며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입법갈등을 합법적이고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원들의 확고한 의지가 선행돼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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