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에서 배우는 상생의 아이콘; 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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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에서 배우는 상생의 아이콘; 의사소통
  • 윤상홍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 승인 2012.09.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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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최소단위는 세포이며 세포가 그 고유의 본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외부환경의 영향력을 선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세포표면을 둘러싸는 세포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포막은 세포간의 물질 이동을 조절하고 세포내의 물질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한정하며 다양한 외부요인의 압력을 받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을 끊임없이 요구받게 된다. 세포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세포막에 다양한 의사표현을 드러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생체분자 중 당으로 이루어진 당쇄 화합물이다. 이들은 그 구조의 특성상 아미노산이나 지방산보다 수천 배 다양한 형태를 보일 수 있으므로 복잡한 세포 생리의 다양한 상태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고 역시 세포 외의 상황을 인지하는 문자로서 가장 이상적인 물질이다. 따라서 자연은 당을 생물학적 정보담당 기능분자와 같은 고도로 특수화합물을 만들어내는 소재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이러한 당쇄는 세균이 체내에 침입하면 제거하라는 정보를 세포에서 세포로 전달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여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생물의 다양성을 세포 레벨에서 바라볼 경우, 세포 표면을 덮는 당쇄는 세포의 얼굴 분자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얼굴을 하듯이 각각의 다른 생물들은 다른 당쇄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알려진 모든 생물이 세포에 다양한 당쇄를 발현하고 있으며, 즉, 당쇄를 갖지 않는 생물을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질서에서 세포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당쇄는 다양성과 의사소통이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이다. 세포사회학적인 관점에서도 세포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당쇄 연구가 바로 생물다양성을 설명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우리 인간은 각자의 방과 벽을 가진 엄청난 양의 이른바 세포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역동적 생명체라 할 수 있다. 세포의 벽은 각자가 가지는 고유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의사소통이 없는 외부와의 단순한 차단을 위한 벽으로는 존재의 의미가 없으며 실제 생물계에서는 존재할 수도 없다. 즉 타인 또는 외부가 없는 자기란 어떤 의미도 없다. 자신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서는 자신의 고유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타인의 가치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의 유지를 위해서 끊임없는 상호 의사 교류를 통한 상생만이 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생명체의 기본단위인 세포막과 이의 구성분인 당쇄가 우리에게 주는 귀한 교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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