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흐르는 물길처럼” 정갈한 감성으로 삶을 조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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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흐르는 물길처럼” 정갈한 감성으로 삶을 조형하다“
  • 성영열 기자
  • 승인 2012.11.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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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의 작가는 소아과 전문의로서, 두 아들을 키운 엄마로서, 한 가정의 초석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아내로서 살아오는 동안 성찰했던 삶의 문제들을 저자 김성의는 “굽이굽이 칙칙한 숲길을 에두르다 차분히 호수를 만나는 물길”처럼 여유로운 시선으로 깊이 있게 삶의 고비 고비를 프레임 안에 담는다. 고요하고 정갈한 언어가 재치를 부리며 유려한 물살되어 반짝인다.

  1장 ‘깊은 숨 깊은 향기’의 첫 번째 소제목 ‘행복한 분이시여’에서는 행복이란 “같은 풍경에서도 가장 멋지게 찍히는 사진”이며 “평이한 상황을 멋지게 변화시키는 마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행복이란 “짧은 그 순간에 붙잡지 않으면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 것, 깨어 있어야 누리는 것”이니 당신이 만일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이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배짱과 여유”를 가지라고 권하면서 “오늘 행복하지 못하면 언제 행복할 것인가. 지금부터 행복해 버리자”고 선언한다.(13쪽, 34쪽, 39쪽)
  두 번째 소제목 ‘왜 그대였을까’에서는 결혼과 자녀 양육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들려주는데 “우리의 삶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행자는 몇이나 될까? (…) 아마 오십여 명이 좀 넘지 않을까?”(41쪽)라며 우리네 삶이 그다지 넓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동의를 구한다. 결혼에 대해서는 “결혼은 약속이래. (…) 그대만을 사랑하고 그대가 허용하고 이해하는 사랑만을 하겠다는 약속!” “결혼이란 잘났거나 못났거나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이해하며 보듬어 주는” “퍽이나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며 “인간을 넓게 이해하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자녀에 관해서는 “처음 엄마가 되어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일방적으로 시간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이 좀 억울하지 않나’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라고 말하는데 출산 직후 대부분의 여자들이 느끼는 감정이어서 높은 공감을 산다. 그러나 곧 “첫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이 기적이었다.”(51쪽) “‘자식 덕분에’ 정말 내가 많이 컸다”라며 자식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는 한편 일하는 엄마로서 살펴주지 못한 것들에 미안함을 털어놓기도 한다.

  세 번째 소제목 ‘덕담일까 독담일까’에서는 꿈, 성공, 사랑, 결혼, 자식, 삶에 대해 생각한 바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 놓았다. 
  네 번째 소제목 ‘사랑이 사람보다 낫다’는 저자가 “노후 안심 행복 보험”이라 말하는 애완견 ‘사랑’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보인다. “받고 싶은 사랑 넘치게 채워 주고, 나의 사랑 부담스러워하지 않아 머뭇거리지 않고 살을 비빌 수 있는”(173쪽) ‘사랑’이가 사람보다 낫다고 한다.
  다섯 번째 소제목 ‘기도 속에 지는 하루’는 “기도만큼 좋은 친구가 있을까”라는 저자의 체험에서 우러난 글귀가 짙은 향기를 전해 준다. 세상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도, 더 높은 존재를 향한 갈구, 자연과 우주에 대한 경외심을 읽을 수 있다.
  2장 ‘선향’의 첫 번째 소제목 ‘마음대로 쓰는 소설’에서는 1장에서 보여주었던 사진들이 서로 쌍을 이루어 화답하듯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면, 2장에서는 이야기들을 자제하고 말없이 사진들로만 마음의 풍경들을 대신하고 있다. “똑같은 대상도 읽어 내는 마음의 필터와 마음이 머문 시간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가.”(217쪽) 그래서인지 사진들은 그물망, 노을, 새벽안개, 달리는 차의 속도감, 일출의 정적, 바람의 방향 등이 또 하나의 필터처럼 풍경에, 사물에 다른 시선을 만들어 보여준다.
  두 번째 소제목 ‘물이 되고 불이 되고’에서는 우주 만물의 근원이라 할 물과 불로써 우주에 대한 상념과 통찰을 보여준다. “우리는 하나야, 모두가 하나야. 우주가 하나이듯.” “작은 물방울에 큰 산이, 큰 나무가, 큰 빌딩이 다 담긴다.”라며 아주 미세한 것에서 우주를 발견해 낸다. 그러한 발견은 “나도 이제 저 불타는 나무들처럼 세상을 위해 한 번쯤은 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받은 사랑 조금은 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며 마음속 조용한 다짐으로 굳어진다.
  세 번째 소제목 ‘우주는 기록한다’에서는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셀프 카메라야. 스스로 하는 일을 제일 먼저 찍고 있지.”라고 진술하며 어느 순간도 소홀함이 없이 깨어 있을 것과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을,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할 것을 다짐하자고 한다. 
 
  이 책은 돋보이는 감각으로 포착한 사진들과 그에 어울리는 시적인 글귀들이 빈틈없이 어울려 조화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장점으로는 영문 번역이 곁들여져 있어 외국인이 읽기에도 용이하며 외국에 살고 있는 친지들에게 선물용으로도 맞춤이겠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동시에 나 자신의 삶과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는 또 하나의 선물이 될 것이다.


서문 중에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시작한 이 작업을 통해 나는 국솥 안의 거품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미처 하지 않은 말들이 앙금 되어 떠오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다 보면 부딪치게 되는, 차마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 조금 불편했던 사소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 엮다 보니 그것은 내 삶의 교재이고 숙제였다. 내 삶의 흔적들을 나와 같은 길을 걸으며 당황할지 모르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대학 시절에 집으로 돌아가는 하교 길에서 유월의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차도를 기억한다.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만 같아 그 길 위에 벌렁 누워 도대체 삶이 무엇이냐고 하늘을 향해 소리소리 질러대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이런저런 세월 속에 반평생을 족히 살고 나니 이제야 답답함이 조금씩 시들고 때론 긴 편안함에 젖는다. 고비 고비 아팠지만 아픈 만큼 내 마음이 자라 어느 날 훌쩍 커진 마음에 이제 내 자신을 대견스러워할 때도 있다. 삶은 정말 살아 볼 만하다고, 모든 걸 참고 살다 보면 그 마음속에 작은 꽃 한 송이 피더라고 말해 주고 싶다. 결혼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식을 키우며 참고 배운 거대한 가르침은 참으로 소중하니 놓쳐서는 안 된다고도.
이 일은 내가 나를 위로하는 길이고, 내가 스스로 하는 심리 치료이며 내 삶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 김성의씨는?
완주군 소양면 마음사랑병원 의학박사인 김성의씨가 “강물되어 강을 건너다”라는 272쪽의 책을 펴냈다.
이번에 책을 펴낸 김성의씨는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소아과 전문의이고 의학 박사이다.현재는 마음사랑병원에서 의사겸 상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박사는 “어쩜 평생 책을 옆에 두고 머물 수 있다는 생각에 의사가 되었다.”며“ 책장에 책은 많이 꽂혀 있었지만 내 삶이 행복과는 참 멀리 떨어져 있음을 느끼고 일을 접었다. 뭔가 나를 몰입하게 하는 일을 찾으려고…….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을 잠시 도와주던 중, 정신 장애인들을 위해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는 나의 존재감을 발견하고 지금도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박사는 “그러면서 많이 배웠다.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왜 그리 상처를 받아 아파야 하는지……. 사랑 때문에 우리는 모두 울고 웃는다.”며“그 사랑 너머, 더 나은 우리가 되는 꿈을 가지고 오늘을 산다.”고 전했다.

영문으로 옮긴 이, 김승애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등학교 교사로서 풋풋한 소녀들과 함께한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대학에서 글로벌 시대를 동분서주하는 젊은이들을 가르친다.


차례

책 속으로


? 행복이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배짱과 여유.(34쪽)
? 사진기는 똑똑해서 마음까지 찍는답니다. 마음이 웃어야 진짜 웃는 거예요.(36쪽)
? 혼자서 따로, 더불어 함께,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인생이지 않을까.(46쪽)
? 사랑의 안전거리… 때론 몇 발자국 떨어져서(97쪽)
? 이제 알았니? 인생은 홀로 서는 것, 자기 팔 자기가 흔드는 것! 혼자 가는 외로운 길.
  두려움이 그대들만의 것은 아니네.(126쪽)
?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언제 어디서든 마음 열고 물어 보렴.
  행복하냐고. 지금 행복하냐고. 왜 행복하지 못하냐고.(135쪽)
? 하루는 들판에 서서 그중에서도 어떤 나무가 보기 좋은가 찬찬히 둘러보았지.
  ‘균형 잡힌 나무’, 크건 작건 나름대로 안정감 있는 나무.
  꼭 큰 나무가 아니면 어떤가.(161쪽)
? 모든 것을 놓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리는 시간은 내가 나를 더 이상 속이지 않고
  부정하지도 않는 가장 진실된 시간이다.(175쪽) 
? 마음에 미움이 싹트는 때가 그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이고 또한 나를 깨우치는 성찰의       시간이다.(175쪽)
? 삶이 내게 우호적이지 않을 때 외로움과 슬픔을 가두고 떠나 홀로 기도하리.(176쪽)
? 이른 아침에 잠이 덜 깬 몸을 끌고 일터로 향하는 저 걸음걸음도 기도이다.(188쪽)
? 말라 죽어 가는 잎사귀일지언정 억지로 떼지 마라. 제 상처 제가 이기도록.(195쪽)
? 사람이 모두 빠져나가고 풍경만이 남은 가슴, 마침내 얻은 자유(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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