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일그러진 어머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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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일그러진 어머니의 얼굴
  • 김승연 서문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3.01.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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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칼럼

 어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어린 여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부터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딸이 본 어머니의 얼굴은 못생긴 정도가 아니라, 온 얼굴이 일그러져 보기에도 징그럽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부모님을 모셔오라 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늘 있었고, 다른 아이들처럼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자랑할 수 없음이 고민 이상으로 더없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네 아이들은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를 앎으로 별로 문제되지 않았는데, 학교 다니면서부터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를 모르는 아이들이 알고 난 후, 혹시라도 “얘, 너희 어머니 얼굴은 왜 그렇게 무섭고 흉하게 생겼느냐?”라고 물어올까 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학교 아이들도 흉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어머니의 얼굴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었습니다.

딸은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 온 후, 어머니를 보자마자 울먹이며 원망 섞인 어투로 따져 물었습니다. “왜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예쁘게 생기지 않고 그렇게 못생겼어요? 난 엄마 때문에 창피해서 학교도 못 가겠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 수도 없어요. 에이! 신경질 나.” 딸의 원망을 들은 어머니는 참담한 얼굴로 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 후, 무거운 입을 열어 자신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딸아, 엄마의 얼굴이 이렇게 생긴 것은 네가 어느 정도 커서 철이 들면 이야기해주려 했는데, 이제 보니 내 딸이 잘 자라서 철이 들었구나!”
 “엄마와 아빠는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결혼을 했단다. 결혼 후 곧바로 네가 태어났지. 아빠는 너를 낳은 후 몹쓸 병에 걸려 돌아가셨단다. 엄마는 어린 너를 두고 날품을 팔아 끼니를 연명해 갈 수 밖에 없었어. 엄마는 매일 아침 너에게 젖을 빨리고 난 후 재워놓고 남의 집 논밭으로 품을 팔러 다녔지. 그 날도 너를 방에 재워놓고 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동네에서 “불이야!” 하는 소리가 들렸지! 깜짝 놀란 엄마는 불 난 곳을 바라보니 바로 우리 집이었어. 엄마는 너를 방에 재워놓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신없이 달려 왔단다. 초가집인 우리 집은 동네 사람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이미 불길에 싸여 훨훨 타고 있었지. 사람들은 말렸지만, 다급해진 엄마는 너의 이름을 부르며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너를 보데기에 싸서 안고 나오려는데, 그만 들보가 무너지는 바람에 불길에 싸여 넘어지고 말았지. 그 순간 엄마는 본능적으로 너를 밖으로 던지고 정신을 잃었는데, 나중에 깨어나고 보니 병원이었어. 온 얼굴과 몸엔 붕대가 감겨 있었어. 엄마는 정신이 들자마자 두 손을 저으며, “내 딸아, 내 딸아!” 하고 찾았는데, 간호사가 말해주었지. “아주머니의 딸은 무사하여 지금 침대 옆에서 새근새근 잠자고 있어요.” 엄마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또다시 정신을 잃어버렸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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