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싸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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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싸면 좋겠지만...
  • KEPCO 전북지역본부 요금관리팀 황규영 차장
  • 승인 2013.01.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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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전기요금이 4%나 올랐다. 먹고살기 힘든 일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을 반길 국민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좋은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소명이 있는 전력사업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욕먹을 각오로 전기요금에 관한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은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
금번 요금인상을 감안해도 현재 한국의 전기요금은 원가의 90%를 약간 밑돌고 있다. 또한 전기요금의 국제 수준도 미국의 70%, 일본의 40% 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요즘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싸다는 걸 느낄 것이다. 물론 주택용 누진제의 영향으로 일부 비싸다고 느끼는 국민들도 있다. 사용자에 따라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일까? 물론 싸면 일단은 좋다. 그러나 어떤 재화가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시장에서 계속 거래된다면 언제까지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서는 가격 시그널을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루고, 그 사회가 보유한 자원은 가격의 지시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결정되지만 전기처럼 공급구조가 독점인 경우는 원가를 중심으로 가격이 결정될 때만이‘보이지 않는 손’즉, 가격의 기능을 살릴 수 있다. 따라서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은 우선 당장은 소비자의 후생에 기여하겠지만 가격 시그널의 파괴로 결국 국민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원가이하의 전기요금은 장기적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먼저 에너지 소비구조의 왜곡을 유발한다. 즉 경유, 가스 등 전기와 대체관계에 있는 에너지원의 소비가 전기소비로 전환되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즉 유류나 가스를 이용하여 수요가 늘어난 전기를 만드는데 원재료의 약 45% 이상의 열량 손실이 발생한다. KDI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발생한 국가적 비용이 연간 1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시장의 실패가 초래한 피할 수도 있는 억지 비용인 셈이다. 결국 부담은 국민 모두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 후손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콩보다 두부 가격이 싼 상황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또한 원가이하의 전기요금은 전력수급 불안정을 유발하고 급기야 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요 측면에서 값싼 전기요금은 과소비와 앞서 말한 대체 수요를 촉발하여 전력소비 급증을 유발할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전기료 1% 인상은 전력수요 17만kW를 줄인다고 한다.
공급 측면에서 원가이하 요금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전력사업자는 투자 재원이 고갈되어 수요증가에 대비한 공급설비 확충여력을 상실하게 된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이 따라갈 수 없으니 수급불안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재작년 9월의 순환 정전, 여름과 겨울철 연례행사로 겪는 수급 불안의 근본 원인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금번 4%의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자. 먼저 전력수급 불안이 계속되는 요즘, 가장 민감한 최대수요가 67만kW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전력소비량은 연간 1%인 약 48억kWh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소비자 물가에는 0.042%, 대기업의 제조원가에는 0.054%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참고로 업종마다 큰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의 총제조비용에서 전력비 비중은 평균 약 1.17%이며 매년 비중이 하락하는 추세다.

우리 국민 개개인은 OECD국가 국민의 2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매일 소비하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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