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이 맛에 빌려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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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이 맛에 빌려쓰지요~”
  • 문공주 기자
  • 승인 2013.03.19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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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농업기계임대사업 ‘이래서 좋다’

털털털털~ 흥겨운 소리를 내며 밭고랑 사이로 미끄러지는 작은 운반차 위에 노란 플라스틱 상자 20개가 성냥갑처럼 쌓여있다. 상자 안에는 고구마 종순을 생산하기 위한 씨 고구마들이 가득하다. 사내 서너 명이 족히 대 여섯 번은 오가야 옮길 수 있는 양이지만 농용운반차의 움직임 한 번에 흙빛 고구마들이 이랑 가득 수북이 쌓인다.
익산시 낭산면 구평리에서 고구마 종순을 생산하는 오민호(42) 씨는 올해 익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용운반차를 하루 2만원에 임대했다. 이맘때 꼭 필요한 기계이지만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씨고구마를 파종하는 다른 농가들도 동시에 사용하기에 이웃에게 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오면서 오 씨처럼 농업기술센터 농업기계임대사업소를 찾는 농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소규모로 밭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농업기계임대사업은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는 효자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8년부터 임대사업을 시작한 익산시 농업기술센터는 현재 땅속작물 수확기 14대, 파종기 10대, 콩 탈곡기 16대 등 49종 256대의 농기계들을 갖추고 1농가에 지종별 1대를 기준으로 연중 농기계를 임대하고 있다.
이들 농기계는 익산시가 농업인 수요조사와 농기계 심의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사들인 것들로 밭작물 기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익산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익산시내 1,700여 농가가 농기계를 임대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농업기계임대사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기계 구입비용의 0.5%라는 저렴한 임대 가격으로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덕분이다.
“우리가 보통 하루 쓰는데, 기계를 사려면 비용부담이 많죠. 전에는 고구마 상자를 일일이 손수레로 날랐어요. 일하러 왔던 사람이 하루 일하고 도망간 적도 있습니다.” 오민호(42) 씨는 농기계를 빌려 사용한 후 농사짓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특히 농가에서 직접 농기계를 구입하면 일 년에 몇 차례 사용한 뒤 보관과 점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곤 하는데 기술센터에서 빌려 사용하다 보니 이런 어려움이 없어 좋다고 이야기한다.
농업기계임대사업소에서는 농업인들이 사용하고 가져온 농기계를 매일 꼼꼼히 점검하고, 대여한 농가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수리와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농업인의 입맛에 맞춘 눈높이 임대 체계도 인기의 비결 중 하나다. 트랙터의 경우 장착하는 작업기만 해도 땅속작물 수확기를 비롯해 20여 가지가 넘는데 농업인들이 사용 용도에 따라 일일이 바꿔 사용하기가 여의치 않고 작업기를 다 구입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된다.
배추밭을 갈아엎기 위해 트랙터를 빌린 성당면 대서리 김영석(49) 씨는 농업기계임대사업소에서 심경로터리를 장착한 트랙터를 빌려와 밭갈이 작업을 손쉽게 마칠 수 있었다.
“트랙터가 있어도 작업기를 다 갖춘 농업인은 많지 않을 거에요. 농업기계사업소에서는 저희 여건에 맞게 원하는 작업기를 장착해서 빌려주기 때문에 참 편합니다.”
이어 그는 농업기계임대사업이 농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정말 좋은 사업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농촌에선 마누라는 빌려줘도 농기계는 안 빌려준다는 말이 있어요. 기계를 사지 않는 한 필요할 때는 여기저기서 빌려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아쉬운 소리도 많이 해야 하거든요. 제 때를 놓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농업기술센터에서 빌려 주니까, 믿을 수 있고 제 때 쓸 수 있고 마음도 편하죠.”
농업기계임대사업소에서는 농업인들이 농기계를 좀 더 편하고 익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출고 전 기계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20~30분간의 교육을 실시한다.
농기계 임대를 원하는 농가는 전화(☎859-4325)나 방문, 익산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http://www.iksanfarm.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되고, 1일에서 최대 3일까지 임대가 가능하다. 단, 영농철 한꺼번에 예약이 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사용 일정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한편, 익산시 농업기술센터는 동부권 농업인의 이동시간을 단축하고 밭작물 기계화 촉진으로 노동력 등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올해 10월 금마면 동고도리에 추가로 농업기계 임대사업 분소를 설치할 계획이어서 농기계를 임대를 원하는 농업인들이 더욱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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