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통상임금 공세의 이면(裏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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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통상임금 공세의 이면(裏面)
  • 홍영표 의원
  • 승인 2013.09.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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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로 예정된 통상임금 관련 (갑을오토텍 사건) 대법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경제계의 공세가 뜨겁다. 지난달 27일 11개 중소기업 단체를 시작으로 1일에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2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8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에서는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라는 발언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에 발맞추어, 언론에서도 통상임금 판결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다. 이미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진 통상임금의 소송비용이 38조원이라는 경총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주류를 이룬다. 재계 일각에서는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의 존폐 문제로까지 몰아가는 실정이다.

과연 통상임금 문제가 경제계의 주장과 같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이는 세 가지 측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첫 째, 통상임금 소송액은 예상만큼 크지 않다. 통상임금이 문제되는 것은 초과근로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기 때문으로, 초과근로수당 자체가 적으면 소송액이 적어진다. 2012년 5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한 달 급여가 약 300만원이었고, 그 중 초과근로 수당은 약 18만원이었다. 즉,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10% 확대된다고 해도 한 달에 1만 8천원, 1년을 합쳐도 21만6천원이 늘어날 뿐이다. 월급 300만원 근로자에게 월 1만 8천원을 더 지급한다고 존폐 위기를 맞을 회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둘째, 통상임금이 문제되는 기업은 일거리가 많은 기업이다. 연중 초과근로가 많은 기업이, 일거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존폐위기에 몰린다면 그것을 통상임금 때문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로, 통상임금은 소송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몰릴 정도의 상황에서 소송에 나설 근로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그렇다면 기업의 존폐 문제가 아님에도 경제계가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통상임금 산정방식이 정상화되면 기업이 더 이상 싼값에 초과근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2012년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 평균 시급은 1만 8천원이었고, 초과근로시간 시급은 1만 4천원이었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 초과근로는 20% 이상 싸게 쓸 수 있는 노동이었던 것이다. 
경제계가 함께 반대하고 있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시키는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통상임금이 초과근로수당의 할인율 문제라면, 휴일근로 문제는 할인된 초과근로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의 문제라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통상임금이 신용카드 청구 할인율이라면 휴일근로 문제는 할인한도라 볼 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 모든 국민의 소망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동시에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나누기가 시대적 과제이다. 현재의 법체계를 법원칙 그대로 해석하고 과거의 판례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것만으로도 실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체계 개편의 거대한 한발을 내딛을 수 있다. 경제계의 근거 없는 공세에 흔들림 없는 우리 사회의 지성(知性)을 믿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민주당 홍영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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