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의 관료제도를 협조 합리화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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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의 관료제도를 협조 합리화로 바꿔야
  • 허성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0.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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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이 발발한 후 미국 호놀룰루에서는 대일 전(對日 戰)에 대한 전략회의가 열렸다. 많은 장성이 제각기 묘안을 개진하면서 장시간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단 한 사람의 해군 준장만은 끝내 침묵을 지켰다. 사회자가 회의를 끝내기 직전 그에게 『귀관의 의견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는 『전쟁에 이기는 첩경은 서로 협조를 잘하는 것이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고 한다.
  이런 일화는 틀에 박혀 옴짝달싹 못 하고 비협조. 비능률화해 가는 현대 관료주의의 모순을 힐난하는 데 자주 이용되고 있다. 『협조』 즉 “브레인스토밍 Brain storming” 이것 없이는 아무리 과학적인 조직체도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우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특히 입밥부나 정부갹부처간의 비협조와 심지어 사법부의 하극상에다 교육부의 왜곡된 역사교과서 편찬과 전국 각급기관. 공기업 사회단체 등 모든 조직체는 관료제도를 도입해서 경영을 합리화하고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관료주의란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어느덧 번문욕례(繁文縟禮)와 비능률의 삼영사처럼 쓰이게 됐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의 관료제도란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리화 형식화된 사회 단위며 그 구성원들은 규칙에 의해 통제받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료제도의 특성은 구성원들의 직분과 역할을 규칙에 따라 통제하기 때문에 각자에게 맡겨진 임무는 항상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만 처리되는 점이다.
  또 이것은 고도로 발달한 분업과 임무의 전문성 그리고 합리적이며 몰개성적인 상하관계로 특징지어져 있다. 이런 특징에서 비협조 성이 원천적으로 잉태되었을 것이다. 간혹 민원관계로 행정기관이나 관청에 가보면 관리들은 금방 처리해 줄 수 있는 일도 대개는 『내일 오시오.』 또는 『규칙이 이러이러해서 안됩니다.』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일수다.
 그들의 자세는 규칙을 융통성 있게 해석해서 민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보다는 될 수 있는 대로 안되는 방향으로 소극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풍긴다.
  이런 자세는 자리에 대한 안전과 호신(護身)에도 유리하고 또 일거리를 덜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나온 모양이다. 그래서 관료주의는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는 실망을 안겨 준다. 이러한 현상은 관료제도의 역기능 때문인데 이같은 폐단이 관청 상대 아닌 일반 회사 안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데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나 같은 부서 안에서 단독으로 추진되는 일은 그런대로 진전이 있다. 그러나 몇개 부서에 걸쳐 공동으로 추진되는 일이거나 다른 부서와 협의를 해야 할 일은 이 핑계 저 핑계 도무지 추진이 안 되거나 추진되더라도 능률이 뚝 떨어진다. 또는 협조 부족으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착수된 일조차 중도에서 용두사미가 될 때가 많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직접 경험하는 일이다.
  긴급하게 처리할 업무도 부지하세월(不知 何 歲月) 규칙이나 상부 지시만 들먹이고 자리의 안정에만 급급한 것이 관료 근성이다. 시간성을 가진 중요한 일들이 실기(失機)하고 업무상 중요 비밀이 사전에 누설되는 모두 부서 간의 보조 불일치에서 비롯된 비협조가 그 원흉이다.
 이런 관료주의의 괴물은 미·국무성 안에서도 도사리고 있었다. 일찍이 이런 사실을 파악한 당시 닉슨 대통령은 국무성이라는 공무 계통을 소외시키고 “키신저”라는 자기 참모를 활용했다고 한다.
  온 세계의 충격을 주었던 대·중공 화해조치를 할 때도 그는 로저스 국무장관을 따돌리고 키신저에게 전권을 맡기다시피 해 성공했다. 여기서 우리는 관료주의의 여러 모습에는 언제나 많은 문제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점들을 나열해 본 것은 근대국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관료제도의 공로를 결코 깍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합리적이고 몰개성적인 관료제도에도 부서 간에 있어서 수직·수평의 체온 있는 협조가 모자랄 때는 엄청난 역기능이 나타난다는 경험을 되새겨 보자는 것이다. 국정 운영은 물론 민원을 상대로 하는 각 부처나 행정기관 지자체 특히 정치권과 사법부 교육계에서는 이런 관료주의적 비협조는 없는지 모두 미·해군 준장의 일화를 다 함께 되새겨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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