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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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 장세진
  • 승인 2013.11.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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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 어른거리는 ‘블랙리스트’ 망령.”
어느 중앙 일간지(한겨레,2013.1.8) 사설 제목이다. 사설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배우 김여진이 방송사 2곳으로부터 출연금지 당한 사실에 “민주주의의 척도로 불리는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한지 자괴감마저 든다”고 쓰고 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출연금지자 명단)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일례로 2009년 10월 9일의 개그맨 김제동 퇴출사건을 들 수 있다. KBS는 2TV 오락프로그램인 ‘스타 골든벨’ 사회자 김제동을 전격 교체했다. ‘스타 골든벨’은 김제동이 4년 동안 진행하면서 시청률 11~12%로 같은 시간대 1~2위 오락프로였다.
사측이 내세운 교체 이유가 황당한 이유이다. 김제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때 서울시청 앞 노제(路祭)의 사회를 보고 노무현재단출범 기념콘서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보수 신문마저 “개그맨 김제동씨에게 다시 마이크를 쥐어 줘라”(조선일보, 2009.10.4)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방송인 김미화는 2010년 10월 6일 KBS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파문을 일으킨 김미화 블랙리스트 사건은 KBS의 고소취하로 일단락되었는데, 엉뚱하게도 MBC에서 불똥이 튀었다. 2011년 4월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사회자에서 물러나게 된 것.
2003년 10월부터 프로를 진행해온 김미화의 중도하차 역시 블랙리스트 논란과 닿아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후보 지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의 대화’ 행사에서의 사회 등이 이명박 정권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방송사 행태와 맞물려 퇴출로 이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편 가르기의 절정처럼 보여 씁쓸함이 가시지 않지만, 블랙리스트가 방송가에만 어른거리는 것은 아니다. 방송과 함께 언론의 중요한 한 축인 신문사에도 블랙리스트가 있다. 가령 왕성한 필력의 저술가로 잘 알려진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출간 소식은 어느 중앙 일간지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필자 역시 최근 어느 지방신문사의 블랙리스트가 되었다. 지난 5월 칼럼 게재 후 보낸 어떤 글도 그 신문에 게재되지 않은 것이다. 통상 한 달, 길어도 두 달 만에 칼럼을 실어온 터라 필자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메일로 물은즉 “앞으로 실을 수 없으니 글을 보내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납득될만한 어떤 이유도 없었기에 응당 황당해하는 가운데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 이전 또 다른 신문에서 겪은 그런 일이 그것이다. 그 신문사는, 그러나 3개월 후 필자의 칼럼을 다시 게재하기 시작했다. 두 신문사가 갑자기 필자를 블랙리스트 취급한 것은 도교육청 내지 교육감 비판 칼럼 게재 후부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방형 교장은 본청 장학관 자리인가’와 ‘여비규정, 학생불편 교사희생 강요’가 그것이다. 설마 그게 아닐 걸로 믿지만, 도교육청이 교사의 이런저런 쓴소리에 대해 시정이나 개선은커녕 광고 따위로 신문사를 압박한 것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리하여 필자를 때아닌 블랙리스트로 내몬 것이라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자타가 인정하는 진보 교육감 재임중인 도교육청에서라면 그런 일은 도저히 할 짓이 아니다. 그런 의혹조차 불거지게 해선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신문사 역시 그런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디. 지방신문의 열악한 재정환경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필자를 블랙리스트로 내친 것이라면 과연 언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앞의 한겨레 사설에서처럼 “자괴감이 안드냐” 묻고 싶다.

/장세진 군상여상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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