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 돌아드니... 묵향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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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돌아드니... 묵향 ‘솔솔’
  • 문공주 기자
  • 승인 2013.11.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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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여유를 배울 수 있는 함열향교

왜 일까. 전라북도 향교하면 전주향교부터 떠오른다. 익산지역에는 익산, 여산, 용안, 함열, 네 곳 향교가 전주 못잖게 장중함을 뽐내고 있다. 이들 향교는 도심에서 한 발 떨어져 있어 시골 정취를 오롯이 거느린다. 함라산 자락 함열향교로 가는 길- 마을 굽이굽이 흙돌담이 이어진다. 흙빛, 돌빛, 훌쩍 뻗은 감나무 위 가을이 내걸렸다.

# 함열향교는 함열에 있다?!
향교- 고려와 조선시대 공자와 성현에게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을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국립교육기관. 성균관이 국가 최고 교육기관으로 대학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주요 지방에 설치된 향교는 오늘날의 중.고등학교로 볼 수 있다.
함열향교는 이름 때문에 ‘함열읍’에 있을 거란 오해를 받는데 실은 ‘함라면 함열리 교동마을’에 위치해 있다. ‘함라’는 조선시대 함열현으로 고을 원님이 살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삼부잣집을 비롯한 양반들이 함라로 기차가 지나는 것을 반대해 지금의 호남선은 현 함열읍으로 지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지명마저 잃어버리게 됐다.

# 돌담길, 가을이 내려앉고...
함라마을은 주산인 함라산과 더불어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와우산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부를 상징하는 황소가 마을 옆에 누워 있어서일까, 만석꾼 3명을 배출할 정도로 부촌이 되었다.
마을을 휘감은 옛 담은 걸음을 뗄 때마다 과거로 향하는 기분이 든다. 토담, 돌담, 화초담 등 다양한 담이 뒤섞여있지만 토석담이 주를 이룬다. 토석담은 흙만도 아니고, 돌만도 아닌 보드라운 흙과 단단한 돌을 적절히 배합해 쌓은 담이다. 시루떡처럼 한 줄 한 줄 평쌓기를 해 직선을 유지하면서도 모서리만은 둥글게 말아 미적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1,500m나 되는 긴 담은 만석꾼 집 울타리가 되기도 하고 가난한 초가집을 너른 마음으로 감싸기도 한다. 담벼락에 쌓아둔 콩대와 수북한 낙엽, 비죽 고개를 내민 감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 홍살문 넘어 명륜당 지나 대성전까지
향교로 가는 길, 마을 표지석 옆으로 삼부잣집 주변 기반조성공사가 한창이다. 한옥과 함라산을 연계해 전통공원, 마을광장 등을 단장하고, 옛 수로를 복원하는 공사다.
공사현장 앞에 세워진 붉은 기둥은 홍살문이다. 능이나 궁정, 관가 입구에 세우는 홍살문은 둥근 기둥 2개를 세우고 지붕 없이 붉은 살을 박아두었다. 입구의 매끈한 돌비석은 하마비다. 앞을 지날 때 신분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타고 가던 말에서 내려야만 했다.
기록에 따르면 함열향교는 조선시대 세종 19년(1437년)에 창건했으며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영조 때 다시 세웠다고 한다. 크게 대성전과 명륜당, 동재, 서재로 구성돼 있는데 외삼문인 승당문을 지나면 명륜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륜(明倫)당은 ‘윤리를 밝히는 집’이라는 의미로 학교로 치면 교실과 같은 곳이다. 4칸으로 된 함열향교의 명륜당은 좌측 3번째 칸에 문을 낸 점이 특이하다.
명륜당 안쪽 대성전으로 올라가는 문은 인실문이다. 오른쪽이 들어가는 문, 왼쪽은 나오는 문인데 가운데는 신문(神門)이라 쓰여 있다. ‘신만 다니는 길’이라 하여 사람이 다녀서는 안 되는 문이다.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5호 대성전은 맞배지붕이 장엄한 분위기를 뽐낸다. 창방과 도리 사이에 화반을 새겨 넣어 장식적인 측면까지 고려했다. 전면 기둥과 중간 기둥 사이는 툇간으로 그늘이 되기도 하고 여럿이 배향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건물 측면 두 번째 기둥은 굽은 허리 같은 원목을 다듬지 않고 세웠고 기둥을 받치고 있는 초석 역시 막돌을 사용해 자연미를 더했다.
화강석으로 반듯하게 다듬은 기단은 대성전의 권위를 높인다. 공자를 중심으로 중국의 4성(四聖)과 한국18현을 동무와 서무에 각각 나누어서 배향하고 입구에는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대야를 받치는 관세대가 놓여 있다.
대성전 오른편 영소전은 함열향교에서만 볼 수 있는 건물이다. 영소전은 공자의 영정을 모신 곳으로 일설에 의하면 인조 때 사신으로 갔던 남궁경이 귀국하면서 공자 영정을 가져와 보관해오던 것을 숙종 때 공자 영정의 사우(祠宇)를 세우도록 해 이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 행단(杏壇)을 아시나요
향교나 서원에 가면 수백 년 된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공자는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한다. 이를 행단(杏壇)이라 하는데 향교와 서원에 은행나무를 심은 것은 공자의 가르침을 마음에 되새기기 위한 의미로 볼 수 있다.
함열향교 대성전 앞쪽에는 두 그루 은행나무가 서 있다. 이즈음 노란 물이 곱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은행나무 아래 서니 옛 선비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함열향교는 상시 개방된 곳이 아니므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함열향교(063-856-8947)나 함라면사무소로 문의하면 된다.

* 함열향교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함라교동길 27-4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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