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공영방송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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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공영방송다워야 한다
  • 장세진
  • 승인 2014.12.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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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삼례공고 교사·문학평론가

  KBS가 내년 1월 1일부터 TV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45년 전통의 ‘명화극장’, 17년간 뜻있는 시청자들 참여를 이끌어온 ‘사랑의 리퀘스트’, 지상파 3사의 유일한 정통 농촌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2’ 등이 폐지되는 모양이다.

  폐지보도 이후 반발이 이어졌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명화극장 폐지반대’ 글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KBS 본관 앞에선 1인 시위까지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1997년 10월 전파를 타기 시작한 ‘사랑의 리퀘스트’의 경우 ARS를 통해 지난 해까지 총 830억 7,000여 만 원을 모아 희귀병 환자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공익 프로이다.

  시청률과 관련해서도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산너머 남촌에는2’ 폐지가 그것이다. 2007년 10월 시작한 ‘산너머 남촌에는’에 이어 2012년 5월 20일 첫 방송한 ‘산너머 남촌에는2’는 지난 2월 자체 최고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한 ‘인기드라마’다. 10% 넘는 시청률은 최근까지도 큰 변동이 없다.

  물론 궁극적으로 방송사의 프로개편이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물이 오래 고여 있으면 썩듯 없앨 것은 없애고 새로 꾸밀 건 꾸며야 한다. 그렇더라도 개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KBS가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 맞나’ 하는 의구심이 절로 생겨난다.

  프로 개편에 대해 권순우 편성본부장은 “종편(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이 너무 커버렸다. 이미 사내에 불안감이 형성돼 있고, 예전처럼 이지 고잉(easy going; 적당히 하는 것)하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조선일보, 2014.12.18)고 말했다.

  요컨대 종편이나 케이블채널과 경쟁하기 위해 프로개편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씁쓸하게도 거기엔 시청률이 음습한 또아릴 틀고 있다. 쉽게 말해 시청률 저조한 것들은 그것이 공익적 가치로 빛나거나 애써 추구해마지 않을 순기능적 프로라해도 내친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그것은 공영방송 KBS로선 해선 안될 짓이다. 가령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밤 9시 뉴스를 프로개편에서 폐지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재미 위주의 가벼운 오락프로의 시청률 따위에 물들지 말라는 것이 공영방송 KBS가 부여받은 지상명령 아닌가?
   종편이나 케이블채널의 이익을 대변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들과의 시청률 경쟁 따위는 공영방송 KBS가 할 짓이 아니란 사실이다.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재미 중심의 오락프로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는 으젓한 KBS여야 한다. KBS는 공영방송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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