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특검 면죄부 주고 혈세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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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특검 면죄부 주고 혈세만 날렸다
  • 투데이안
  • 승인 2010.09.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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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9번째로 진행된 일명 '스폰서 검사 특검'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핵심인물 등을 대부분 무혐의 처분하면서 수사를 종결, '특검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민경식 특검팀은 28일 한 전 부장과 정모 고검검사, 김모 부장검사, 이모 평검사 등 4명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박 전 검사장과 황 차관 등 향응 접대 의혹을 받았던 대부분의 검사들은 무혐의 처분했다.

특검팀은 24억여원의 국가 예산을 받아 67명의 수사진을 꾸린 뒤 55일 동안 수사를 진행했지만, 검찰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특검법을 통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수사 권한을 부여받았으나, 수사의 핵심이었던 검사들의 향응 접대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검사들에게 면죄부를 준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또 황 차관의 진정 묵살 의혹 수사도 사건의 기본인 팩스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했으며, 강릉지청에서 벌어진 술접대 의혹 수사도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한 채 관할청인 춘천지검에 사건을 이첩했다.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을 샀던 정모, 조모 검사장도 정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 처분됐고, 회식에만 참석했다는 검사들은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이같은 특검의 수사결과는 종전 10여명의 사법처리 예상과 큰 차이를 보였으며, 수사 초기 포괄적 뇌물혐의까지 거론했던 특검팀의 의욕적인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이날 수사결과에 대해 야권과 시민단체는 "국민의 혈세만 날린 특검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당 조영택 대변인은 "기소자들은 마땅히 처벌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었다"며 "(수사상) 여러 한계가 있었겠지만, 결과를 보면 미진하고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특검이 출발부터 '공소시효'를 운운하며 수사한계를 설정하더니 결국 '성역있는 수사'로 마무리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특검의 수사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검팀이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대상을 설정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새로운 수사결과가 나오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사과정에서 향응 의혹을 받던 특검보가 교체되고, 특검보와 파견 검사의 갈등이 벌어지는 등 수사 외적인 문제도 많아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특검도 명시적인 수사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특검 실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1999년 처음으로 실시된 '조폐공사 파업유도'와 '옷로비 사건' 특검부터 '대북송금 의혹' 특검,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특검, '삼성비자금 의혹' 특검, 'BBK의혹' 특검까지 대부분의 특검 활동이 국민 기대에 미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특검을 통해 일정부분 수사 성과를 보인 것은 '이용호 게이트' 특검이 유일하다. 당시 차정일 변호사가 이끈 특검팀은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과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등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을 구속하는 등 로비의 실체를 어느정도 밝혀냈다는 평가다.

이처럼 미흡한 수사결과에 대해 전방위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수사 당사자인 특검팀의 반응은 비교적 담담하다.

민 특검은 "수사 대상이었던 전현직 검사들의 뇌물 수수 액수가 일반적인 사법처리 기준에 못 미칠 정도로 적었지만, 특검법 제정 취지 등을 고려해 엄정하게 처리했다"며 최선을 다한 수사임을 차분히 밝혔다.

다만 "수사 결과에 대한 어떤 평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55일 동안의 수사를 끝맺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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