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 왜 이렇게 추락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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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 왜 이렇게 추락하고 있나?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7.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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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배 주필

 

최근 정치권이 어수선하다. 그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에게 만남은 제안했지만, 박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먼저가 순리이고, 순서”라고 한 발 물러섰다. 윤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가겠다고 했지만 박 대표는 이 역시 어렵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하루속히 야당 대표와 먼저 만나 국가 위기의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밝혔다. 사실은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책임진 원내대표는 여야 협치 차원에선 당대표보다 중요한 자리다. 

이낙연계인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보다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날 경우 이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꺼려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기도 어렵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단독 회동이 아니면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장동·성남FC·허위 사실 공표 등 수많은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이런 사람과 단둘이 만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결국 이번에도 이재명 변수가 여야 협치를 가로막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 개운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도 여당인 국민의힘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잇단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태영호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개시되어 시끄럽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이 논란이 됐다. 당원 200여 명이 징계 요구서를 제출할 정도로 파문이 컸다. 태 최고위원 역시 ‘4·3은 김일성 지시’, ‘쓰레기, 돈, 성, 민주당’, ‘김구는 김일성 통일전선에 당한 것’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대 위기를 맞은 분위기다. 징계 수위가 국민의 기대치에 부합해야 무너진 당 지지율을 회복하고 지도부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항상 보듯이 시작만 요란하고 경미한 징계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김·태 최고위원 논란에 미적거리며 당은 자중지란으로 치닫고 있다. 징계 절차에 착수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민의힘이 단호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총선 패배의 위기감만 마져 커질 수 있다. 아무리 총선 승리가 급해도 과대포장된 극우세력의 영향력을 곁눈질해서는 안 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평탄치는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번 전당대회 때 돈봉투 의혹 당사자로 지목돼온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이미 탈당한 사태로 번졌다. 당을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지만 여론에 떠밀린 탈당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소극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당 일각에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조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데 그쳤다. 돈봉투 의혹을 검찰 수사에 모든 것을 미뤘다. 자체 진상조사도 없고 자성도 없다. 앞서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잘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앞서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검찰청사 앞에 자진 출석했다가 그냥 돌아가는 정치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은 자기모순의 덫에 빠져도 아주 단단히 빠져 버렸다. 사건이 터지고도 한참을 미적댔다. 그 흔한 진상조사조차 시늉도 내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당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다. 이 대표가 이미 기소된 처지에 이들을 출당시킬 명분이 없으니 당 전체로 흠집이 번지는 줄 빤히 알면서도 뭉개 왔다.
그러다 여론이 거듭 악화되자 결국 당이 두 의원에게 탈당을 종용한 것이다. 그래 놓고는 ‘미안’ 운운하고 있으니 이보다 민망한 장면도 다시 없다. 당 내부에서조차 기소된 의원의 출당 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여야 정치인들은 더 이상 언론플레이를 할 게 아니라 국민의 공감을 사는 최소한의 처신이 필요하다. 
여야는 정치적 쇼는 이제 그만해야 된다. 정치인들은 환골탈태할 수 있는 근본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하루속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여야의 쇄신책을 내놓지 않는 한 총선 전략을 논할 자격이 없다. 차가운 국민들의 여론을 직시하고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 쇄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자세가 펼쳐지길 바란다. 지금 국회는 정치 실종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년간 법안 통과율은 9.41%에 불과하다. 그런 가운데 여당은 보이콧을 일삼고 야당은 일방 통과시킴으로써 책임을 전가하며 갈등만 악화시키고 있어 협치의 물꼬를 트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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